인문학도에게 서점이라는 직장은 퍽 매력적이다. 예스24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인문학의 위기, 종이책의 위기, 지식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들어 왔지만, 문학은 항상 베스트셀러의 최상위에 있었으며, 크게 바뀌었던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성인 1명이 한 달에 2~3권의 책을 읽는다는 설문조사가 무색할 정도로 종이책은 생각보다 꽤 많이 팔린다.
그런데 전자책에 대해 공부하고 서비스를 꾸려가다 보니, `책은 무엇인가` `지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지식은 더 이상 텍스트에만 머무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책에서 도표와 지도, 사진과 그림을 통해서도 많은 지식을 얻고 있다. 기술은 이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아이패드에서 보듯 멀티미디어가 결합된 형태의 전자책은 지식의 습득에 있어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매체에 따라 담긴 정보의 질적 차이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종이책은 대개 공을 들여 엮어낼 만한, 초기 비용을 들여 물화할 가치가 있는 지식을 담아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변화가 오고 있으며 출판업계와 서점 모두 공부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 미래에 종이책이 LP 처럼 과거의 향수 혹은 마니아들의 귀한 물건이 될지, 현장에 있으면서도 예측이 쉽지 않다.
어떤 곳에서는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반면, 또 한편에서는 전혀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곳들도 있다. 책 만드는 사람들의 종이에 대한 애착을 나무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만들어지고, 정리되고 편집된 지식들이 세상에 빛을 볼 기회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책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 그리고 꿋꿋이, 온전히 살아남을지 궁금하다.
독자들의 눈높이는 킨들, 아이패드를 통해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아이폰, 안드로이드폰과 같은 스마트폰은 여기에 불을 당기고 있다. 인터넷 서점이 전통적인 서점의 개념을 바꾸었듯, 전자책 서점은 또 다시 서점의 개념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출판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서영 예스24 디지털상품팀 PM berrius@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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