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전자대국] <2부-16> LED를 장악하는 자, 디스플레이를 장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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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이 LED TV용 BLU 품질 상태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에디슨이 미국에서 백열등을 개발한 것은 1879년. 그로부터 59년 후인 1938년, 백열등보다 적은 전기로 훨씬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형광등이 등장했다. 이후 60년간 백열등·형광등은 별 다른 경쟁 제품 없이 매년 조명 시장을 양분해왔다. 그러나 형광등 발명 58년 후인 1996년, 과학자들이 불가능하리라 여겨 왔던 백색 발광다이오드(LED)가 개발 되면서 백열등·형광등은 사상 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백색 LED가 조명은 물론 디스플레이용 광원으로 급격히 자리를 잡자 냉음극형광램프(CCFL) 마저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조명 산업에서 매 60년마다 새로운 광원이 나타나 시장을 평정한다는 `조명 60년 주기설`이 현실화 되고 있는 셈이다.

◇에지형·직하형 싸움에서 `바(Bar)` 경쟁으로=지난 2009년 초 삼성전자는 `LED TV`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LED가 LCD TV의 광원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해보였다. `LED를 백라이트유닛(BLU)용 광원으로 사용한 LCD TV`라는 난해한 설명을 LED TV라는 단순명료한 마케팅 용어로 치환,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CCFL을 이용한 기존 LCD TV와는 전혀 새로운 종(種)을 창조해낸 셈이다. 사실 LED TV의 시초는 소니가 지난 2004년 8월 출시한 `퀄리아 005`라는 제품이었다. 그러나 출시 당시 1만 달러를 넘는 높은 가격과 너무 튀는 화질, 과다한 전력소비 등으로 사실상 곧 판매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BLU 테두리에 ㅣLED를 부착시킨 `에지형`이라는 기술로 극복하고 시장을 석권했다. 소니는 BLU전체에 LED를 촘촘히 박은 직하형 기술을 도입해 화질을 뛰어났지만 가격이 워낙 비싼 것이 단점이었다.

삼성이 에지형으로 치고 나가자 LG는 다시 `직하형` 기술을 들고 나왔다. 그 당시와 비교해 LED 가격이 저렴해졌기 때문에 화질을 살려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통상 두께 경쟁에서는 에지형이, 소비전력·명암비 등에서는 직하형이 유리하다. 양사는 이후 수개월간 두 가지 기술 중 어느 방식이 우월한지를 놓고 유통시장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기술방식에 대한 논란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최근에는 양사 모두 TV에 들어가는 `LED 바`를 줄이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LED 바는 인쇄회로기판(PCB)에 LED를 한 줄로 붙인 반제품 모듈이다. 에지형 LED TV에 들어가는 도광판 테두리에 연결한다. LED 바 개수가 줄어들수록 부품 수가 감소하고 생산원가가 낮아진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LG전자는 에지형 LED 생산에 총 6줄의 LED 바를 사용했다. TV 윗변과 아랫변에 각각 2줄씩, 오른쪽·왼쪽 양변에 1줄씩의 LED 모듈이 장착돼 있었다. 올해 초부터는 오른쪽·왼쪽에 설치됐던 LED 모듈을 걷어냈다. 사용되는 LED 개수가 약 30% 정도 줄어든 셈이다. 양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오른쪽이나 왼쪽에만 한 줄의 LED 바를 설치한 제품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화면분할구동(로컬디밍)과 같은 고급 기능은 구현할 수 없지만 LED 소모 개수를 절반 이하로 낮춰 LED TV 대중화에 새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LED 공급망 관리에 총력전=삼성·LG가 촉발시킨 LED TV 경쟁에 일본·대만 업체들까지 속속 가세하자 당장 LED 수급난이 심화됐다. LED 칩·패키지는 물론 기초 원자재인 사파이어 잉곳·웨이퍼까지 극심한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LCD 패널 업체들은 양질의 LED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LCD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제각각의 LED 공급망을 구축했다. LCD 사업부는 최대 협력사인 삼성LED 및 서울반도체로부터 구매한 LED를 한솔LCD·디에스엘시디·태산LCD 등에 공급, BLU로 가공한다. 이와는 달리 VD사업부는 루멘스·대만 치메이라이팅에서 납품받은 LED를 대만 `치린` 등에서 BLU로 제조해 공급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LG이노텍을 제1의 협력사로 두고, 제휴·지분투자 등을 통해 군소 공급선을 늘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미국 `크리`사와 LED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중국 포에피가 주도하는 LED 칩 합작사에 지분 15%를 투자키로 했다. 지난 6월에도 대만 최대 LED 패키지 업체인 에버라이트, LCD TV 위탁 제조업체인 암트란과 공동으로 중국 쑤저우에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한 바 있다.

◇이제는 조명이다=LED 기업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ED가 대거 채택되면서 매출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사상 최대 호황기를 맞이한 LED 시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LED 산업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궁극의 LED 산업`이라는 조명 시장이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시장 조사 기관들은 LED 조명(램프+픽스쳐)이 오는 2018년까지 전체 조명 시장의 약 30% 이상까지 침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ED 조명 하나만으로도 반도체나 디스

플레이에 맞먹는 약 60조 원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우선 각국 정부가 LED 조명 산업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우리나라가 오는 2015년까지 공공기관 조명의 30%를 LED로 교체한다는 `1530`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유럽에서는 당장 오는 2012년부터 백열전구가 완전히 퇴출될 예정이다. 각 가정마다 1~2대 정도인 TV와 달리, 조명은 각 건물에 많게는 수십개씩 있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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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이 개발한 IOP타입 LED BLU. 에지형과 직하형 BLU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형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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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국제 LED EXPO & OLED EXPO 2010`에서 관람객들이 LED 채널 사인을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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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서울 삼성동 봉은사 앞에 설치한 LED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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