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부터 정부·민간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본떠 판교테크노밸리 내에 조성하기로 했던 `실리콘파크`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당초 입주하기로 한 33개 기업 가운데 무려 25곳이 입주 계획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개발주체 측도 이 용지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이 아닌 IT 업종에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계획이어서 반도체 설계·장비·재료 업체들이 결집된 `한국의 실리콘밸리` 탄생은 요원해졌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 만료일을 앞두고 최근 실리콘파크 내 용지를 분양받기로 했던 5개 기업으로 구성된 한 컨소시엄은 일괄적으로 입주 포기서를 제출했다. 건물 위치 등을 놓고 기업 간 갈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컨소시엄의 입주 포기로 당초 실리콘파크에 입주하기로 했던 총 33개 업체 가운데 8곳만 최종 사업을 진행해 실리콘파크라는 명칭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판교실리콘파크는 추진 당시 약 60개 업체가 분양 경쟁에 뛰어들어 이 중 33개사가 실리콘파크조성사업추진조합에 가입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평당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인데다 집적 효과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현금조달이 어려워진데다가 정부가 투기 방지 조건을 고수하면서 기업들이 탈퇴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 조건에 분양용지 10년간 매매 금지, 연구용지는 20년간 용도변경 불허 등을 내세웠다. 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건물 일부를 임차해 음식� ㅖ資프� 등이 들어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업들은 분양 당시 이러한 엄격한 규정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뛰어들었으나 규정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데다가 경기마저 어려워지면서 속속 사업을 포기했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해 4월 조합 출자지분의 10% 미만에서만 토지를 매매할 수 있게 한 규정을 완화한 뒤에 태산LCD·로체시스템즈·실리콘화일·픽셀플러스·휘닉스피디이·휘닉스디지털테크·STS반도체통신 등이 잇따라 조합에서 탈퇴했다.
조합에서 탈퇴한 한 반도체 설계 업체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처음 분양할 때 실제로 착공할 때쯤에는 이런 규제조항은 완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잡아서 흔쾌히 참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판교 사업은 `로또`로 불릴 정도여서 집적효과보다는 투자효과를 기대하고 뛰어든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로부터 이 사업을 수탁 시행하는 경기개발공사 관계자는 “예정일인 9월 9일 착공하는 곳은 3개 컨소시엄, 8개 업체밖에 없다”며 “연말까지 재분양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반도체 관련 업체로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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