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지 않으면 왠지 서글퍼진다. 또 울리더라도 반가운 목소리 대신 대리운전, 대출, 세일 등을 알리는 스팸문자만 쉴 새 없다.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휴대폰 이야기다.
길을 걷거나 지하철, 버스를 타도 휴대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통화를 하고 있거나 혹시 문자는 오지 않았나 만지작거리고 그도 아니면 화면 속에 빠져들어 게임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일상이 주는 소박한 기다림도 인내의 단맛도 손안의 휴대폰에 모두 내어주고 말았다.
삽시간에 우리 삶의 형태를 바꿔놓은 것은 휴대폰밖에 없다. 휴대폰 속에는 온갖 감정이 빨려 들어가고 튀어나온다. 수천억원의 계약이 이뤄지고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의 속삭임도 오고 간다. 현대인에게 휴대폰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인 동시에 희로애락 그 자체다.
우리 주변 하늘과 땅에는 서로를 찾는 숱한 전파가 흐른다. 헤아릴 수 없는 전파 중에서 내 번호를 기억하고 나를 향해 날아오는 단 하나의 전파, 이는 얼마나 귀한가. 휴대폰이 울리지 않으면 불안하다. 나를 찾는 전파가 없다는 것, 그것은 유배지의 삶과 비슷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담론’에 빠져들고 있다. 갖고 있지 않으면 꼭 구입해야 할 것 같고 없으면 현대사회의 낙오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새로운 소통의 시대를 열었으니 그럴 만하다.
누굴 만나 명함을 받으면 대부분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전화번호 등 정보를 저장한다. 누구를 안다는 것은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소통을 해야 하고 계속해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상대를 바로 알기까지 지켜보기만 한다. 트위터에 그가 올린 내용을 살펴보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저울질해보기도 한다.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더 바빠지고, 부지런해졌다. 스마트폰 때문에 ‘군중 속의 고독’을 더 많이 느낀다. 단축버튼 하나로 누군과의 관계가 열리지만, 그만큼 상대방이 내게 다가오는 것도 부담일 때가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 500만명 시대가 코앞이다. 스마트폰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 관계를 맺어주는 장치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이 ‘지저귐’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속 깊은 ‘울림’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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