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핀 외면, 해킹 인한 개인정보 도용 위험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가운데 자녀와 학부모에게 매우 유익한 것으로 평가받는 ‘청소년 권장사이트’의 상당수가 인터넷 회원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아이핀(i-PIN)을 외면,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도용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 권장사이트는 공익 성격이 짙은 만큼 정부가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지정 시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 심사기준을 강화해야하지만 느슨한 잣대로 심사, 아이핀 활성화 정책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송심의)는 청소년에게 건전하고 유익한 인터넷 사이트 정보를 전파할 목적으로 지난 2007년부터 매년 분기별로 우수 사이트를 선정하는 ‘청소년 권장 사이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8일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방송심의가 지정한 181개의 청소년 권장사이트 중 대부분이 회원가입 시 주민등록번호와 성명을 반드시 입력토록 요구하고 있다.
아이핀으로 회원가입이 가능한 청소년 권장사이트는 △사이버독도 △국립어린이 청소년 △한국의 문양 △경기도 민물고기연구소 등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방송심의가 올 1·2분기 선정해 발표한 19개의 청소년 권장사이트를 대상으로 아이핀 도입 여부를 점검해 본 결과, 아이핀을 도입한 사이트는 진학진로정보센터 한 곳에 불과했다.
주민등록번호만으로 회원가입 해야하는 사이트는 12곳으로 올 상반기 선정된 청소년 권장사이트 대부분이 아이핀을 도입하지 않았다. 나머지 6곳은 회원가입과 무관한 블로그 형태의 개방 사이트였다. 청소년 권장사이트 10곳 중 6곳(63%)은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요구, 개인정보 유출 위협에 노출된 셈이다.
이같이 저조한 아이핀 도입률은 방송심의가 청소년 권장사이트 선정 자격기준을 심사할 때 창의성·친화성·최신성 등 콘텐츠 질에만 초점을 두고 배점을 높게 매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격심사 시 보안정책 배점은 미미해 선정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탓에 청소년 권장사이트는 보안정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후보 사이트의 보안정책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청소년 권장사이트 제도의 자격심사 기준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형 온라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아이핀 도입을 적극 권장하는 등 아이핀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유관부처인 방송심의가 아이핀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또 이미 선정된 청소년 권장사이트를 대상으로 아이핀 도입을 적극 유도하는 등 방송심의는 청소년 또는 학부모들이 청소년 사이트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방송심의 관계자는 “이 제도 취지가 건전하고 우수한 콘텐츠를 널리 알려 청소년에게 안전한 사이버 환경을 조성하는 데 두고 있어 심사기준에서 상대적으로 보안정책 비중이 적은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분기 심사 항목에 아이핀 도입 등 보안대책을 추가할 것인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아이핀을 도입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높은 만큼 아이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