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열풍이 휴대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출시에 맞춰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가 하면 대기업의 CEO가 스마트폰을 통해 트위터로 일반인과 소통을 한다. 또 얼마 전에는 어느 장관이 트위터에 등록한 팔로어들과 오프라인 미팅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작년 말 내가 스마트폰을 구매하여 사용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설명서를 읽지 않고도 바로 사용할 수 있었던 그 단순함이었다. 스마트폰하면 인터넷, 이메일은 물론 수만 가지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말 그대로 ‘손안의 작은 PC’인데 그 많은 기능들을 참으로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 놓아 신선했다.
세상이 워낙 복잡하고 과다한 정보가 넘치다보니 소비자들은 IT기기를 구매할 때 뛰어난 성능, 최신 기술에 더해 이러한 성능과 기술을 어떻게 쉽게 선택할 수 있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기업이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IT 분야에서 사용되는 모든 기기들은 이제 이러한 추세를 따라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 및 사양 설명을 버리고 단순하고 명쾌한 선택의 기준을 제시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본인이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메모리 용량만 고려했을 뿐, 그 안에 CPU 클록 속도가 얼마인지, 어떤 기술들이 사용되었는지 살피지 않았던 것과 동일선상에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PC 업계에서는 그동안 외계어와 다름없는 사양과 기술 용어로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켜왔다는 자성과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는 가지고 있는 예산 범위 내에서 자신의 활용도에 꼭 맞는 PC를 가지고 싶을 뿐인데 정작 PC를 구매하려 하면 CPU,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의 사양과 아키텍처 관련된 각종 기술 용어로 혼란스러울 경우가 많았다.
내가 몸 담고 있는 AMD도 이런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AMD가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온 ‘비전(VISION)’ 캠페인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시각에서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PC의 성능을 소비자 용도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 단순화한 것으로 더 이상 소비자는 하드웨어의 구체적인 사양이나 기술을 따질 필요가 없이 자신이 PC를 사용하는 용도와 경험을 토대로 선택을 하면 원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AMD의 움직임은 올해 주요 PC OEM들이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다수 우군을 확보했다는 AMD 마케팅 차원의 성공을 넘어서서 PC시장도 스마트폰 시장처럼 소비자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현상이다.
PC 업계에서 소비자 편익 중심의 움직임이 더욱 보편화되면 될수록 앞으로는 전문가나 주위 사람 도움 없이도 누구나 TV나 냉장고를 사는 것처럼 쉽게 PC를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얻을 ‘경험’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역시 단순함이 가장 좋은 것이다.
박용진 AMD코리아 사장 yj.park@amd.com
-
윤건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