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은 좋지만…

남아공 월드컵축제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예상대로 무적함대 스페인이 우승을 했다. 그러나 원정 16강이라는 새 기록을 세운 태극전사들도 칭찬받을 만 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동참한 이래, 지난 2002년의 홈그라운드 경기를 제외하면 가장 잘 싸워주었다.

월드컵 기간 내내 새삼 느낀 점이지만 축구엔 매 경기마다 스토리가 있고 감동이 있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순간이 냉혹한 까닭에 늘 환희와 아쉬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흰색천사 같은 내 아내조차 축구 볼 때만큼은 붉은악마로 변신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 4년 후를 다시 기약해야 한다. 30대 노장인 안정환, 이동국, 이영표 선수 등이 국가대표에서 물러나더라도 기성용, 박주영, 이청용 등이 새 시대를 열어 주리라 믿는다. 국민의 성원이 이어진다면 8강, 아니 또 다시 4강인들 불가능하랴.

화제를 IT로 바꿔보자. 우리나라 축구역사가 100년이라면 IT역사는 불과 40년 남짓이다. 아니 국산전자교환기 개발을 시도하고 16비트 PC 생산을 개시했던 1980년대 중반부터 따진다면 3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노트북과 휴대폰 수출시대가 열린 때는 15년 정도, 아마도 대한민국이 IT강국으로 부각된 것은 10년 미만일 것이다. 세계4강 수준의 눈부신 성과가 불과 10여년 사이에 이뤄진 셈이다.

IT 4강을 이룬 그 주역들이 지금은 고희를 맞고 있다. 베스트11에 해당하는 경상현, 남궁석, 서정욱, 신윤식, 양승택, 윤동윤, 오명, 이용태, 정장호, 정홍식, 조정남 님들은 존경받는 IT태극전사들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등 IT비전을 중시했던 명장들도 역사 뒤로 물러갔다.

그 분들이 경기장을 떠난 까닭일까. 지난 2~3년 전 갑자기 IT경쟁력이 16위로 추락하더니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비 위주의 전술을 고집하면서 골 기회를 못 만드는 상황이 안타깝다. 그래서 감독이 중요한 모양이다. 정보통신부를 없앤 것은 마치 자책골 실수 같다.

이 현실을 지켜보는 노장들은 어떤 생각일까. 이들은 무슨 코치를 하고 싶을까. 혹시 더욱 공격적인 R&D전술을 원할까.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완해 기술융합시대의 공수체제를 동시에 강화하라고 할까. 골 결정력을 높이려면 역시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할까. 삼성·LG 등의 해외파나 KT·SK 등 K리그의 활기를 못 살리는 사령탑의 전략 부재가 못마땅할까. 감독과 선수들의 불화가 문제라고 꼬집을까.

사실, 축구는 좀 못해도 괜찮다. 골 못 넣어 망할 이유도 없다. 그저 좀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IT경쟁력이 무너지면 국가경제가 위태로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소프트웨어 두뇌밖에 내 세울 것이 없는 대한민국 아닌가. 월드컵 16강은 좋지만 IT 16강은 싫다. 다시 4강으로 도약하길 소망한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대~한민국!

이주헌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jhl10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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