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인사관리시스템도 글로벌 경영에 맞춰라

성공적인 글로벌 HRM 체계 구축 방안

최근 들어 인적자원관리(HRM) 관리 분야에도 글로벌화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재무, 회계, 구매 등 기업들의 핵심 기능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고, 이에 맞춰 관련 정보시스템들도 고도화해 왔다.

HRM 영역은 글로벌 표준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한걸음 뒤처져 있었다. 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글로벌 차원에서 전사 관점의 HRM 체계를 마련하기 보다는 현지화 정책에 더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HRM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직 일부 대기업에 불과하지만 기존 직급체계 중심의 관리·평가체계를 직무에 따른 가치를 평가하는 직무 중심체계로 바꾸는 등 HRM 체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해외법인들의 인력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합 글로벌 HRM시스템 구축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화 유형에 따라 조직·사업 형태 차별화=글로벌 HRM이 이슈화되기 시작한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전략을 한층 더 강화하기 시작한 점을 들 수 있다. 해외 사업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국내 인력뿐 아니라 해외 인력에 대한 관리와 육성도 그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주요 대기업의 경우 전체 매출의 50%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전제 직원의 50%이상이 해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또 기존처럼 단순히 상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현지화 마케팅에 초점을 두는 것에서 벗어나 생산과 핵심 연구개발(R&D), 본부 기능 등을 해외에 두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HRM은 기업들의 글로벌화 형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비즈니스 글로벌화 모델은 △주요 핵심 역량 및 기능을 본사에 집중시키고 해외 사업은 본사의 전략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하는 중앙집권화된 허브 △주요 핵심역량만 본사에 두고 나머지는 경쟁력있는 지역에 분산시키는 조정된 연방제 △주요 역량을 각 나라에 분산시켜 각 지역의 시장 기회를 최대한 활용코자 하는 분권화된 연방제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유형에 따라 조직과 사업 운영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중앙집권화된 허브 유형의 기업들은 주로 본사에서 중요한 모든 사항을 다 결정함으로써 직접적인 의사결정체계가 필요하다. 이런 기업의 경우 기술 중심의 회사이거나 고급 브랜드를 지향하는 사업에 적합하다. 조정된 연방제 유형의 경우에는 해외 사업이 본사의 핵심 능력을 활용하고 확장하는 주체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주요 전략은 본사에서, 해당 전략의 실행을 위한 운영 전략은 해외 지역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체계화된 관리 및 회계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 주로 GE, P&G 등의 미국계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유형을 택하고 있다.

분권화된 연방제 유형은 각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립스나 유니레버 등 유럽계 유통,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형태로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표준화와 현지화의 균형점을 찾아야=일반적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논의돼 왔던 글로벌 HRM 발전단계는 본국 중심에서 현지 중심으로, 그리고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지역적 관계가 무너지는 세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본국 중심의 경우에는 주요 직책에 본사 주재원을 파견시킴으로써 주재원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현지 초기 진입 단계나 혹은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을 택한다.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현지 중심의 경우에는 주요 직책에 현지인을 채용해 경영진으로 배치시키는 것으로, 현지인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된다. 이는 주로 현지 진출 후에 제반 관리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 있는 성숙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삼성전자, LG전자, SK 등이 이 단계에 해당된다.

세계 중심의 경우에는 주요 직책에 국적과 무관하게 적합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성숙단계를 넘어 고도의 관리 인프라가 갖춰지고, 내부 역량이 극대화되는 단계에 있는 기업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러한 형태들은 앞서 설명했던 비즈니스 모델 유형과도 궤를 같이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에 국내 기업들이 논의해 왔던 글로벌 HRM의 발전단계를 반드시 모든 기업들이 궁극적인 모습으로 그려나갈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정지영 머서코리아 상무는 “글로벌 HRM 전략은 해당 사업의 경쟁 우위와 전략적 방향, 그리고 본사의 역량 수준을 감안해 설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즉 본국·현지·세계 중심의 단계를 발전단계로서 보기보다는 그 자체가 모두 의미 있는 글로벌 HRM 모형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한 가지 방향이 아닌 두 가지 방향을 양립시켜 HR조직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L`Oreal)의 경우 고급 브랜드는 철저히 본국 중심으로, 일반 대중 브랜드는 현지 중심으로 HRM을 운영하고 있다.

신승재 화이트정보통신 본부장은 “서비스·제품 등에 따라서 글로벌화 형태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HRM 모습 역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글로벌 HRM의 실질적인 의미는 본사의 표준화 요구와 해외 법인의 현지화 요구의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라고 강조하며 글로벌 HRM은 기업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직무 중심 인사 운영으로 전환=현재 국내 기업들 중 글로벌 HRM 체계를 구축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인사 정책 중 일부는 글로벌 표준정책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현지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형태로 수행하고 있다. 즉 본사의 인사 제도를 근간으로 정책 및 체계는 글로벌 표준을 적용하지만 운영 방식은 현지화하는 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글로벌 HRM 체계를 구축했음에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면 신규 진출 시장에 적임자를 찾지 못해 다른 지역의 주재원 중 일부를 무리하게 파견해 관련 대상자들의 불만을 산다든가, 해외 법인장을 현지 인력으로 채용했지만 본사의 경영방식에 대한 교육 부족과 후임자 준비 부족 등으로 결국 법인장을 주재원으로 대체하는 사례 등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HRM의 운영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글로벌 HRM 조직을 신설하거나 외국인 HR 임원들을 영입해 오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주로 해외 HR임원과 한국 관리자들간의 인사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가 가장 큰 이슈로 작용한다.

정 상무는 “국내에서 일어나는 글로벌 HRM의 이슈들은 국내의 인사 관행인 사람 중심, 즉 기존 직급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수행 업무의 중요도와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 핵심 직무 중심의 인사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직무 중심의 인사 운영이란 결국 사업 운영에 핵심적인 직무에 초점을 맞춰 최적의 인력을 배치하고 이 인력이 우수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LG전자, GS칼텍스, 한화, 삼양사 등에서는 기존 HR운영의 한계점을 파악하고 직무 중심의 인사 운영 방식을 부분적으로 채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의 사람 중심 인사체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핵심 직무 및 임원급에 대해서는 수행하고 있는 직무의 가치에 따라 차별화하는 HR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임원들의 직무에 따라 보상 체계를 달리함으로써 같은 상무급이라고 하더라도 임금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핵심 직무에 맞춰 중요한 인재를 선정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들이 스스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많은 분석 정보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만큼 관련 전문 글로벌 HRM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글로벌 HRM 시스템 구축 방안=글로벌 HRM시스템의 경우 채용·직무/직급·평갇보상·육성·글로벌모빌리티 등 크게 6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작업에는 각 영역별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이 중에서도 직무/직급 체계의 경우 인사 운영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기준 체계임으로, 글로벌 표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 개념적으로 괴리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이 이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스템 구성 시 어려움이 많다.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중시하는 국내의 직급체계를 직무의 가치를 중시하는 체계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적으로 일관된 인사 체계를 구성하기 힘들고, 인력 이동에도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정 상무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HRM으로 가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기존의 직급체계에서 벗어나 직무의 가치를 평가해서 등급화하는 것”이라며 “실제 국내 유명 기업에서 이러한 시도를 했는데, 국내 실정과 잘 맞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새로운 직무체계와 기존 체계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잘 매칭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성과관리 분야에서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도 많이 시스템화하면서 선진화돼 있는 상황이다. 이 분야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선진 기업들에 비해 운영측면에서 성과관리에 대한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다소 미흡하다. 보상 영역 역시 제도적인 측면에서 글로벌화가 이미 돼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다만 기본급에 대해 정의할 때 직무의 가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현지화하기 힘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를 단번에 바꾸기 힘들다면 직무 가치에 따라 기본급 외 수당에 이를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진유 화이트정보통신 사장은 “채용, 육성, 보상 등이 모두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HRM거버넌스 전략이 필요하다”며 “거버넌스 체계는 사업의 글로벌 전략과 이에 따른 글로벌 HRM전략, 그리고 인재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수립하고, 이와 함게 상세한 역할 분담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인적자원의 경쟁력이 곧 조직의 미래라고 설명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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