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서남표 호가 산으로 안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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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남표 KAIST 총장이 ‘소장파의 반란’과 ‘부처의 의지(?)’를 가까스로 꺾고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4년전의 열렬했던 환호 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개혁 2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서 총장측은 연임 작전을 전개하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언론을 활용한 전방위 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언론 플레이는 본래 더이상 쓸 패가 없을 때 던지는 마지막 카드다. 그만큼 절박하고 다급했다는 소리다. 일각에서는 ‘영리한’ 싸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록 반대파를 제압하고, 친위부대로 보이는 이사들의 동의를 구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온몸 곳곳에 상처를 너무 심하게 입었기 때문이다.

  당장, 임기가 만료된 KAIST 이사장 및 이사 등 2개 자리에 누가 올지 관심사다. 서 총장 뜻대로 되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부측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주위에서는 선임 과정에서 교과부와 대립각을 세운 모양새가 됐다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이사 압력 여부를 둘러싸고 교과부가 감사까지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취임 이후 새로운 국면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근거다. 경영진이야 임기가 끝나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경영진과 정부부처 사이에 낀 KAIST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비등했다. KAIST 출신의 한 원로는 “개혁을 하다보면 당연히 반대 여론도 극복해야 한다.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 총장은 이번 연임논리에서 ‘개혁’ 주장 외에는 눈여겨 볼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이 지난 2006년 약속한 단임론이었다. 당시엔 연임에 관심이 없었고, 임기 4년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겠다고 약속했다. 1,2인자 자리를 다투던 S모 교수는 라이벌 관계이면서도 선뜻 부총장직까지 떠맡아 열심히 밀어주기도 했다.

  두번째는 소통의 문제다. 대화 없이 대부분의 일을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붙였다는 것. 전임 로버트 러플린 총장도 소통 실패로 2년만에 물러났다. 서 총장의 최대 치적으로 일컫는 테뉴어제도에 대해서도 의외로 말이 많았다. 해외 평가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뤘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비판도 일부 있다. 온라인 전기차와 모바일 하버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가 대표적이다. 길바닥으로부터 전기를 끌어다 충전하는 온라인 전기차 방식보다는 핵전지 등 차원이 다른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차피 도전 과제다. 그게 오히려 KAIST가 내건 도전 정신에 부합한다. 두 과제가 예비타당성도 거치지 않았다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그건 KAIST를 탓할 일이 아니다. 과제의 예산집행과 관련되어 있는 교과부와 지경부, 기재부의 문제다. 그들이 승낙하지 않았다면 돈이 집행될 리 만무하다. 500억 원 이상의 과제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는 KAIST가 하는게 아니다.

  오는 14일이면 서 총장표 개혁 2기에 진입한다. 갈길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교과부와 교수, 직원간 서로의 가슴을 풀어 놓고 대화한다면 풀지 못할 일은 없다. 서 총장이 맨 처음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