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Stock] 삼성 19번째 상장사…아이마켓코리아 박병주 대표

삼성의 19번째 상장기업이 곧 탄생한다. 주인공은 아이마켓코리아로 오는 22~23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비상장사로 남게 될 삼성 계열사는 47개사로 줄어든다.

아이마켓코리아가 일반 신규 상장기업과 달리 주목받는 이유는 사업 특성 때문이다. 이 회사는 삼성그룹 9개사가 주축이 돼 설립한 기업용 자재구매 전문업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소모품을 대신 납품해주는 사업이다. 당연히 삼성그룹 계열사가 최대 고객이다. 삼성 관계사 47곳이 아이마켓코리아를 통해 사무용품을 중심으로 소모품을 조달받고 있다. 여기에다 피죤 동국제강 농심 로레알 등 외부 고객을 합치면 모두 240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매출 가운데 65% 선이 삼성 계열사 납품 물량일 정도로 계열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1조1821억원, 영업이익 280억원을 올렸다.

국내 소모품 구매대행(MRO) 시장은 이 분야 상장 1호가 될 아이마켓코리아를 비롯해 LG계열 서브원, 코오롱과 포스코 계열사 등 4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은 모두 비상장사다.

하지만 일본 모노타로, 미국 그레인저와 그레이바 등 유력 구매대행사들은 모두 상장사다.

2005년부터 해마다 10% 수준의 고배당을 하고 외부 차입금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남부러울 게 없으며 안정적인 사업 구조 덕에 투자 수요도 많지 않을 것 같은 아이마켓코리아가 상장에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

박병주 아이마켓코리아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탄탄한 재무 구조에도 상장을 선택한 것은 자체 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자금 확보와 서비스 투명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삼성에버랜드 경영지원실장 겸 CFO로 삼성 재무라인의 핵심 역할을 했던 만큼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2004년 한솔CSN과 제휴해 용인수지 부산 광주 탕정 등 4곳에 제3자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아직 자체 물류센터가 없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앞으로 3년 내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 3곳에 물류센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수도권은 가급적 고객사와 가까운 수원 등을 후보지로 물색 중이며 400억원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 공모로 조달된 자금 중 150억원을 전산 시스템 보완에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3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급증했다. 박 대표는 "사무용품 구매대행 시장의 최대 장점은 경기를 별로 안 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황일 때는 물류 주문이 늘어서 좋고, 불황일 때는 비용 면에서 유리한 외부 MRO 업체를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한 번 구매대행 업체로 계약하면 기업들이 쉽사리 협력사를 바꾸지 않는 관행도 유리하다.

박 대표는 "서비스 만족도, 납기, 품질 등을 매년 리서치 기관을 통해 냉정하게 평가받는다"며 "에버랜드 관리ㆍ서비스 파트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도 선진형 구매 시스템을 전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학교 병원 등에도 `구매 효율 전도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들의 구매 조달업무도 담당한다. 현지에서 구매하기 어렵고 기업이 개별적으로 수입하기 번거로운 소모성 자재를 공급한다. 환경이 국내에서 해외로 바뀌더라도 영업에 불편함이 없도록 돕는 것이다.

지난해 해외 비중은 13% 선이다. 박 대표는 "올해는 매출의 15%가량이 해외에서 날 것이며 비중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헝가리 슬로바키아)에 직원을 파견했다. 베트남에서도 삼성 무선통신사업부 구매대행을 도맡아 한다. 현지에 주재원을 두고 구매대행을 하면서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받는 형태다.

영업마진을 높이기 위해 고부가가치 자동화 공정 구축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아이마켓코리아 구매 인력 중에서 이공계 엔지니어 출신이 50% 이상이다.

공모 전 주주 구성을 보면 삼성전자ㆍ물산ㆍ전기ㆍ중공업 등 9개 계열사와 임원 2명이 지분 79.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20.5%는 산업은행(5%)과 설립 당시 직원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일가 지분은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룹 계열사가 주고객인 시스템 통합업체(SI)의 경우 대부분 오너 일가들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거액의 상장 차익을 얻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이마켓코리아 희망 공모가는 1만2300~1만5300원. 공모 후 최대주주(59.6%) 등 지분은 6개월간 보호예수로 묶인다.

박 대표는 "삼성 계열사들이 출자한 지분이 많아 공모 직후에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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