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지난해 9월 완료한 종합인사시스템(HR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는 포지션 중심의 시스템을 ‘직무’ 중심으로 재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직무 중심이란 임직원 개인 업무의 포지션 개념과 달리 목적이나 속성이 유사한 업무들을 하나로 모음으로써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이다.
교보생명은 이런 기반 위에 인사기획, 운영관리, 성과관리, 역량관리, 제 지급, 후생복리 다섯 가지의 단위 HR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직무에 적합한 최적의 인재를 선발하고 지원자 인력풀(pool)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외산 HR 솔루션을 국산 제품으로 교체한 윈백 사례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외산 제품은 관리와 모니터링 기능이 다양하게 제공돼 시스템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형화된 프로세스에 편중돼 비정형화된 업무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과 수정,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교보생명은 심사숙고 끝에 업그레이드가 아닌 국산 제품을 통한 HR시스템의 전면 재구축을 단행했다.
◇직무 중심의 HR시스템 요구 높아=교보생명이 HR시스템 재구축을 검토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에 구축된 HR시스템은 구축 당시 포지션 중심으로 업무를 처리하게끔 구축돼 있었다. 교보생명의 HR시스템에 등록된 인사기록은 직원 4500명과 퇴직자, 기타 업무자 등을 포함하면 약 3만개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수백명씩 대량 인사이동이 일어날 때마다 이들의 포지션이 계속 바뀌고 신설되기 때문에 인사부서에서 이를 일일이 관리하기가 힘들었다. 시스템 구축보다 시급한 것은 HR와 관련된 제도와 프로세스의 개선이었다. 즉 개개인의 역량과 성과, 인사관리가 직무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프로세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2006년 하반기부터 교보생명은 HR시스템 개선 준비 협의체를 구성해 총 91개의 개선 프로세스 리스트를 정의했다. 또한 제도와 프로세스, 데이터 관련 시스템에 대해서 43가지 과제를 도출했다. 이어 2007년 6월부터는 HR시스템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버전 업그레이드와 타 솔루션 도입에 대한 비교 검토를 실시했다. 기존 HR시스템에 대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이 2009년 말까지였기 때문에 교보생명은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와 신규 재구축 중 한 쪽을 택해야 했다. 사업수행 기간을 1년 정도로 잡으면 2008년 말부터는 업그레이드나 재구축에 돌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과 함께 TFT가 고민한 부분은 인력의 채용 후 복리후생과 퇴직까지의 모든 인사정보가 시스템 상에서 단일화할 수 있는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기존 시스템의 아키텍처는 사용자가 많으면 성능 저하 현상이 발생해 애플리케이션이 공유되는 새로운 아키텍처 도입이 요구됐다. 교보생명은 국산과 외산, 업그레이드와 재구축, SI 업체와 전문 솔루션 업체 등을 놓고 비교 검토를 시작했다.
교보생명은 특히 현업 사용자 측면에서 제품을 검토했다. 제안요청서(RFP) 발송 대상을 물색할 때도 인사지원팀에 지원을 요청해 운영, 역량, 기획 부문 인력들과 함께 검토하고 벤치마킹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신규 구축을 해도 특별한 위험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비용과 향후 유지보수 용이성, 시스템 유연성 등을 고려해 국내 업체인 화이트정보통신의 HR패키지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인사 정보의 보안 기능 강화=이오영 교보생명 시스템2팀 과장은 “업그레이드와 재구축시 드는 비용을 산정해 봤는데 패키지 가격은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관리 편의성이나 유연성 등에 비중을 두고 제품을 선정했다”고 제품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 28일 오픈 이후 기존 시스템과의 병행 운영 기간을 포함해 총 11개월 동안 진행됐다.
교보생명의 HR시스템 재구축 목표는 직무 중심의 HR 체계를 갖추는 것이었다. 또한 기존에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던 제반 정보를 신규 시스템으로 통합해 관리함으로써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HR 기능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사용자 친화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셀프 서비스 강화도 필요했다. 교보생명은 이를 위해 UI 환경을 사용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증명서 발급 등 각종 인사 관련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사용자가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경영층이 정확하고 편리하게 인건비와 인력통계 등의 HR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툴을 마련했다.
IT 측면에서는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인 사용자 과다 접속 시 시스템 속도저하를 해결하고자 했다. 사용자별, 업무영역별 시스템 사용 범위를 차별화하고 개인 인사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적절히 통제함으로써 인사정보 보안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주요 과제였다.
이 과장은 “시스템 재구축을 통해 특정 이벤트에 전 사원이 동시 접속할 때의 속도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보안을 요하는 특정 데이터는 자체 암호화를 실시했고 접근 권한은 현업 부서에 이양해 자체 관리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오프라인으로 관리하던 데이터의 경우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해 업무담당자만이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HR 담당자의 만족도가 대폭 향상됐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특히 데이터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요구분석 단계부터 데이터 이관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 개발 시작과 동시에 비정형 데이터의 입력과 검증 작업을 실시할 수 있었다. 미리 인사 담당자에게 데이터 검증을 요구하고, 전 직원에게도 자신의 근무경력과 직무경력을 직접 보고 수정하게끔 하는 등 프로젝트 기간 중에만 3차례의 데이터 검증을 실시했다.
◇변화관리 위해 현업에 관리권한 이양=이번 프로젝트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인사정보의 변경에 대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채용 기준이 바뀌어 문구 하나를 바꾸더라도 노동부에 신고를 해야 했고 노사 합의가 이뤄져야 했다. 관련 부서와의 합의도 필요했다. 이 과장은 현업 부서의 프로젝트 매니저(PM)들이 적극적으로 협의를 도출해낸 덕분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관리 매뉴얼도 이번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교보생명은 내부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관리 매뉴얼에 의해 프로젝트를 실행해왔다. 이를 통해 누구나 프로젝트의 진척사항을 볼 수 있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장은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구축된 시스템을 사용자가 제대로 잘 활용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프로젝트 구축 기간 중의 변화관리는 성공여부를 가름하는 키”라고 말했다. 그는 “변화관리는 하면 할수록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차후 다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사용자와 운영자 모두에게 더 많은 변화관리를 요청하고 시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국산 제품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변화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산 제품은 커스터마이징이 수월한 만큼 시스템 변형이 쉽기 때문에 정상적 프로세스가 아닐 때에도 찾아내기가 힘들다.
교보생명은 이에 따라 소스코드의 관리 권한을 현업 부서에 이양했다. 변경사항이 발생하더라도 HR 운영 담당자가 검증을 한 후에 개발이 진행되게끔 한 것이다. 이는 HR시스템에 대한 관리 규칙 자체를 현업에 넘기고 그 범위 안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무작위 개발에 따른 시스템의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게 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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