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대체 한국에서는 왜 블루투스 헤드셋이 큰 반을을 얻지 못하느냐.” 올 초 한국을 찾은 젠하이저 아시아 관계자는 궁금증을 표현했다. 그는 “블루투스 채택 기기가 이미 유럽과 미국에선 보편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유독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왜 한국 시장은 블루투스 탑재기기의 활용도가 높지 않을까?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블루투스 탑재기기 출하량은 10억5000만대에 이른다. 와이파이(WiFi) 탑재기기가 3억8700만대인 점에 미뤄볼 때 3배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와이파이가 블루투스보다 많이 사용된다고 입을 모은다.
젠하이저도 한국 시장은 블루투스 헤드셋 보급률이 낯아 잠재성이 높지만 그만큼 파고들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른 제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트북·휴대폰 등 대중적인 정보기술(IT) 기기에는 대부분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됐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다.
업계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문화에서 오는 차이를 꼽았다. 개인이 먼저인 영미문화권과 달리 한국 등 동아시아권은 사회와 공동체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점이 블루투스 탑재기기 사용 경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현무 블루투스SIG 한국지사장은 “한국과 일본인은 (전철이나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남들 앞에서 공중에 대고 홀로 통화하는 모습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블루투스 헤드셋은 얼핏 보면 보청기처럼 보여,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인이 특성상 거부감이 있다“고 말했다.
충전의 불편함도 원인으로 제시됐다. 휴대폰은 하루에 최소 한차례 이상 충전기에 꽂아두지만 블루투스 헤드셋 충전은 귀찮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는 휴대폰은 필수기기지만 헤드셋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비용부담 역시 블루투스 보급을 더디게 하는 이유다. 최 지사장은 “한국은 대개 휴대폰용 이어셋을 공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블루투스 헤드셋은 그만큼 부담으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최 지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헤드셋 용도로만 많이 사용됐던 블루투스 기술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블루투스 기술을 탑재한 기기는 26개 분야에 이른다. 그는 “블루투스 3.0+ 버전부터 최대 24Mbps로 전송속도가 빨라지는 등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늦어서 불편하다는 지적도 크게 줄어 들었다”며 “비디오·음악·데이터 전송이 활발하게 이뤄질수록 국내 소비자들의 사용 빈도도 잦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근거리통신기술 탑재기기별 출하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