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3부-1> 3D 현장을 가다- 월드컵을 3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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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전국 곳곳의 거리 응원장, 3D영화관에서 밤을 지새우며 ‘대∼한민국’을 외쳤던 국민들은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하나가 됐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 최초의 3D 월드컵에서, 원정 월드컵 첫 16강에 진출하면서 한국 축구사에 이정표를 남겼다. 예선 3경기 중 유일하게 패했지만, 한국인들에게 최초의 3D 경기였던 아르헨티나전을 3D로 지켜봤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열린 지난 17일 오후 7시 10분. 영등포 롯데시네마 3D 영화관에 관객들이 상기된 얼굴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사상 최초로 우리나라에 3D 월드컵이 중계되는 역사적 순간을 불과 20분 남긴 시간이었다.

 영화관 입구에는 직원이 입장객에게 3D 안경을 하나씩 나눠준다. 입구부터 색다른 경험이었다. 경기시작 15분 전 소니의 3D 카메라는 부부젤라를 부는 응원단의 모습을 비춘다. 펄럭이는 태극기와 아르헨티나 국기도 카메라 렌즈에 잡힌다. 경기시작 10분 전 3D영화관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곧 이어 박지성 등 한국 선수들이 등장한다. ‘오∼오∼’ 감탄사가 쏟아진다.

 드디어 경기시작.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움직일 때는 여느 2D 방송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 17분 메시의 프리킥이 박주영의 다리를 맞고 골로 연결된다. 이 장면은 카메라가 멀리 있기 때문에 2D와 3D 영상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한국이 0 대 1로 리드당하기 시작한다. 자책골 직후 차세대 기대주 기성용의 통쾌한 장거리 슛이 객석으로 날아온다. 검정색 3D 편광안경을 쓰고 경기를 지켜보던 관람객 모두 자불라니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관람객 이민성 씨(30)는 “3D 카메라가 골대 바로 뒤편에 배치되거나, 골대 안에 설치됐다면 더욱더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3D 축구경기에서 입체감이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프리킥이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선수들이 일시 정지할 경우, 공을 차기 위해 서 있는 선수의 모습이 스크린에 꽉 찬다. 선수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 3D 중계는 빛을 발했다. 선수들의 모습을 가까이 촬영한 장면에서는 입체감이 생생했다. 3D 영상은 깨끗했다. 그래서인지 안경을 착용하고 전반전 45분을 연속 시청해도, 3D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크로스 토크(crosstalk)에 따른 어지러움, 메스꺼움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D에 비해 기술적 세밀함은 떨어진다. 3D 중계에서는 선수들의 표정과 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해 내는 슬로모션 화면을 볼 수 없다. 2D 지상파로 중계되는 차범근 감독의 해설방송도 들을 수 없었다. 실제로 영등포 롯데시네마의 2D 영화관에서는 차범근 감독의 해설이 나왔지만, 3D영화관에는 생소한 해설 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편 지난 17일 한국에서는 CGV가 전국 240개 스크린에서 3D 중계를 했고, 롯데시네마 역시 전국 50개 스크린에서 3D 관람객을 만났다. 임성규 롯데시네마 홍보팀 과장은 “아르헨티나전에 전국적으로 2만3000∼2만4000명이 3D 영화관을 찾았다”며 “선수들의 입체적인 모습에 감탄하는 관객이 많았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