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지방시대, R&D 허브를 꿈꾼다] 해상물류의 혁명을 가져올 모바일 하버

Photo Image
곽병만 KAIST 모바일하버사업단장이 연구원들과 트롤리 안정화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움직이는 항구로 불리는 KAIST의 모바일하버 사업은 대표적인 모험형 도전과제다.

 ‘컨테이너를 실은 배에 해상운반 시스템인 ‘모바일 하버’를 이동시켜 해상 어느곳에서나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KAIST 모바일하버 사업단(단장 곽병만)이 꾸려졌다. 기존의 방식을 뒤집는 역발상 과제이다 보니 기술 개발과정 곳곳에 복병이 놓여있다. 출렁이는 파도 위에서 물건을 옮길 크레인의 안정성을 확보해야하고, 또 이를 정확히 제어해야한다. 선박과 모바일하버간 도킹의 안정성 확보도 숙제다.

 지난해 5월부터 KAIST는 짐을 옮길 크레인의 안정화 기술(ZMC)과 선박간 도킹 시스템, 케이블 제어 시스템, 컨테이너를 집는 기기인 스프레더, 위치 제어 시스템, 통합연계운용시스템 등의 개발에 예산을 투입해 실제 크기의 25분의 1크기로 시연하는데 성공했다. 실제 바다와 같은 조건의 대형수조에서 이뤄진 시연에서 안정화 기술의 적용 유무에 따라 하역작업 수행 능력을 비교함으로써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상용화를 위한 가능성은 제시한 셈이다.

 이 사업단의 기술개발 대상은 우선 20ft(피트)짜리 컨테이너 250개를 처리할 수 있는 250TEU급에 맞춰져 있다. 모바일 하버의 크기는 가로가 76m, 세로가 33m다. 크레인의 높이와 크레인의 팔길이는 각각 약40m에 달하고, 들어 올릴 하중은 약 60톤에 이른다.

 모바일 하버의 핵심인 크레인 안정화 기술(ZMC)의 기반이 되는 파도로 인한 롤링(좌우 흔들림)과 피칭(전후 흔들림) 등을 획기적으로 차단하는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마치 흔들리는 판 위에 서있는 사람이 팔을 뻗어 물건을 집을 때 몸의 안정화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방식을 크레인에 세계 최초로 적용해 2∼3m 파도상에서도 하역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지난해엔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의 최대 무역항인 폰세항의 운영권을 가진 미국 UCW 아메리카가 모바일하버 사업과 항만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의향서(LOI)를 보내왔다.

 KAIST는 모바일하버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해양시스템공학과와 기계공학과 교수진과 연구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해상크레인 전문기업 디엠씨(대표 배영달)와 모바일하버용 크레인 개발을 위한 MOU교환, 현대 WIA와 75억원의 투자약정 체결, 대우해양조선으로부터 투자의향서 접수, 신안중공업으로부터 100억원의 투자제안을 받았다.

 사업단은 파나마 운하의 확장공사가 오는 2014년 끝날 경우 미국 동부 및 중남미 지역의 물동량이 70∼8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기술총괄을 하고 있는 박윤식 기계공학과 교수는 “자동차와 비행기도 초창기엔 지금과 같은 변화를 상상하지 못했었다”며 “해상 물류체계를 바꾸는 혁명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