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3차원(3D) 전자지도가 이번엔 길을 찾을 것인가.’
국토해양부의 3D 전자지도 구축 사업 추진 여부가 내달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재평가에서 판가름난다. 이 사업은 지난해 1차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정책적 종합평가(AHP)가 0.405점에 그쳐 합격점 0.5점을 넘지 못했다. 이번 2차 평가마저 통과하지 못하면 사실상 백지화한다. 사업이 무산되면 세계 각국의 ‘3D 디지털 국토’ 구축 경쟁은 물론 3D 공간정보(GIS) 산업의 주도권을 내줄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편익 점수가 관건=국토부는 지난해 3년간 2358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현재 2D 수치지도를 3D로 업그레이드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구글 ‘어스’나 마이크로소프트 ‘빙 맵 3D’ 등을 능가하는 3D 공간정보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재정부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성을 따지는 편익비용비율이 0.4로 턱없이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였다. 정책적 분석이 기준점인 0.5보다 높은 0.576을 받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국토부는 이 때문에 올해 재평가에서는 경제성 점수 확보에 사활을 건다. 1차 평가에서 효과가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전혀 반영되지 않은 업무 활용도 부각에 집중했다.
1차 예비타당성 검토를 수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D 전자지도 업무 활용 분석에서 산지 전용허가, 건축인허가, 주택거래 등 구체적으로 비용을 산출할 수 있는 분야만 포함했다. 반면에 도시 계획·u시티 건설·방재시스템 등 다양한 부가 활용 분야는 추가 시스템 구축 비용을 산출해야 하는 등 정량적 편익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제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철도·항만 등 일반 사회간접자본은 구축 이후 교통량 등을 계량화할 수 있는 반면에 3D 전자지도는 이를 산술적으로 명확하게 전망하기 힘든 데도 기존 SOC 평가방식을 고수했다”며 “이번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시범사업에서 거둔 부가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시하는 등 경제성 평가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GIS 산업 경쟁력 직결=올해 예비타당성 평가에서도 고배를 마시면 3D 전자지도 사업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다. 두 차례 탈락으로 대대적인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3수’에 도전하더라도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져 미국·일본 선진국과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구글은 최근 해외에서 반향을 일으킨 ‘스트리트 뷰’를 한국에서 서비스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 등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머지않아 국내 3D 공간정보도 해외 업체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은 ‘버추얼 3D 도시 모델’을 구축 중이다. 일본은 ‘3D GIS도시계획 시스템’을 개발해 인터넷으로 서비스한다. 영국·핀란드·캐나다·홍콩·스위스 등 세계 각국도 정부나 자치단체가 3D 지도 제작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국토연구원 사공호상 박사는 “3D 지도는 사이버 국토 인프라 구축의 최종 단계로 향후 국토계획 수립, 재난방지대책 수립 등 공공 분야에 요긴하게 활용될 뿐만 아니라 최근 스마트폰 속 증강현실과 같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등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이나 MS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이 같은 미래가치를 고려해 3차원 지도시장 선점에 나선만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3차원 지도와 파생 시장에서 영원히 해외에 종속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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