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SPAC에 벤처캐피털업체들 몰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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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증권사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벤처캐피털업계가 대거 참여했다. 상장(IPO) 이외에 마땅한 자금회수(Exit) 대안이 없던 벤처캐피털업체 입장에서는 스팩(M&A)으로 자금회수 기회를 늘리게 됐으며, 이는 회수 자금의 벤처재투자 등 선순환적 벤처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설립된 스팩 20개 가운데 13개에는 벤처캐피털업체가 발기인으로 한곳 이상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장한 스팩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1호인 대우증권의 그린코리아스팩에 IMM인베스트먼트·IBK캐피탈 두곳이 참여한 것을 비롯해 동양밸류오션(아주IB투자, 이하 참여 벤처캐피털), 우리1호(LB인베스트먼트·KTB캐피탈), 신한1호(아주IB투자·한국투자파트너스), 히든챔피언1호(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등 전체 7개 가운데 5개에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참여했다. 최근 설립된 스팩 가운데는 HMCIB1호를 제외하고 키움1호, 부국퓨처스타즈, LIG마스터, IBKS스마트SME, 이트레이드-SBI 등 모두에 벤처캐피털업체가 발기인으로 들어갔다.

특히 부국증권이 만든 부국퓨처스타즈 스팩의 경우, 동양인베스트먼크·키움인베스트먼트 등 7개 창투사가 참여하는 등 최근 결성되는 스팩에는 여러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스팩이 고려하는 인수대상 업체가 비상장 기술벤처기업으로 벤처캐피털업체로부터 최대한 많은 레퍼런스(벤처업체 정보)를 원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스팩은 합병 대상기업 발굴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그 분야를 잘 아는 벤처캐피털업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업계는 이 같은 증권사의 스팩 참여 요청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국내의 불균형적인 벤처투자 자금회수 구조상 스팩 활성화가 벤처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미국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인수합병(M&A)를 통한 자금 회수 규모는 80%를 웃돌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IPO가 대부분이고 M&A는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 침체 시 피투자 벤처기업들이 상장을 꺼리고, 이는 벤처캐피털업계의 자금회수 어려움으로 이어지면서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광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M&A시장이 활성화하지 않는 것으로 스팩 제도는 M&A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스팩에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참여함으로써 자금회수 기회가 늘어나고 이는 벤처기업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