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감축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에너지관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국내 600여개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에너지절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에너지소비가 많은 업체일수록 에너지절약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감축과 에너지절약을 위해 정부시책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기업경영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에너지관리를 체계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은 소홀했다.
특히 기업 내 일부부서만 참여하거나 경영진의 관심 부족으로 추진력이 저하됐던 곳이 많다. 에너지설비 개체 중심으로 추진돼 시스템적인 경영 관리가 부족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에너지경영시스템(EMS·Energy Management System)’이다. EMS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제 공인 에너지효율향상 기법으로, 국제표준(ISO 50001)이 내년 중(2011년 6월) 제정될 예정이다.
◇온실가스감축의 기본 인프라 EMS=EMS는 그동안 각 파트별로 추진되던 에너지절약과 관리를 체계화해 경영측면에서 효율적인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EMS란 에너지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기업의 정책·목표·절차 등을 규정하고 적합하게 시행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평가해 공인된 제3자가 판정해 주는 시스템인증제도다.
기업의 생산·활동 및 서비스 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에너지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 각자가 절감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 및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활동을 말한다.
최고경영자부터 조직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사적 에너지활동으로서 조직의 경영관리기술과 에너지 소비분석 등 에너지사용의 효율 개선을 위한 에너지 전문기술이 상호 연계, 보완된 시스템인 것이다.
EMS는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목표관리제·에너지진단·에너지효율관리제도 등 활동을 체계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와 룰을 제공하고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EMS는 널리 알려진 품질경영(ISO9001) 및 환경경영(ISO14001) 등과 유사하지만 에너지 측정·분석에 첨단기법을 적용하고 에너지절약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기법을 도입한 듀폰·3M의 경우 5%에서 20%까지 에너지를 줄여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덴마크·영국 등 8개국이 EMS를 국가표준으로 제정했고, 우리나라도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온실가스배출 저감을 위해 EMS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EMS를 목표관리제와 연계해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이익 증대를 위한 효과적인 에너지절감 툴로 정착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년), 제4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2008~2012년), 녹색성장5개년계획(2009~2013년) 등에는 EMS 도입 확대를 포함하고 있다.
김성진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정책과장은 “국제표준(ISO 50001) 제정에 따른 인증시장 형성에 대응해 국내에 신뢰성 있는 인증제도의 시행 기반을 구축하고, 업종별 우수사례 및 선진 기술정보의 개발·제공을 통해 기업에 EMS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특히 기업의 효과적 에너지목표관리 및 모니터링·보고·검증(MRV)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EMS의 역할을 정립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MS도입시 에너지비용 최대 30% 저감=해외 사례에 따르면 EMS 도입에 따라 약 3~30% 정도의 에너지절감을 통한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정량적 효과 외에도 △친환경 기업 이미지 홍보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효과적 대응기반 구축 △조직원 전체의 에너지절약 인식 제고 등 정성적 효과 또한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EMS는 ‘계획-실시-점검-조치(PDCA)’의 방법론에 기초하고 있으며 경영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적 측면은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조직 활동 전반에 대한 관리이며 기술적 측면은 에너지 개선활동을 위한 각종 툴 및 방법을 제시한다.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에너지절약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표준화 및 시스템으로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에너지절약을 시스템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표준화된 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일부 부서에 국한되지 않는 전사적 관리시스템으로 EMS가 필요하다.
EMS는 기존 에너지부서 중심의 개선활동이나 단기간에 걸친 개선활동, 운영중심의 에너지관리, 상향식방식에서 전사적 에너지 활동,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 개선활동, 제품구매·설비도입·운영 및 사용, 하향식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변모시킨다.
이 시스템은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구체적 이행수단의 측면에서 온실가스 인벤토리 작성, 감축실적 관리를 위한 기본 툴을 제공하고 활동 결과가 에너지절약 성과로 구체화돼 대응하기에 적합하다.
◇EMS 어떻게 추진하나=EMS의 효율적 보급, 운영을 위해 지경부 기술표준원과 에너지관리공단은 EMS KS규격(KSA 4000)을 지난 2007년 12월 제정했다.
규격은 계획-실행-점검 및 개선 사이클에 따라 전체적인 내용이 구성됐고 세부적으로는 개선 중심의 활동이 될 수 있도록 △경영책임 △에너지경영기획 △실행 및 운영 △점검 및 평가 △경영검토 등의 형태로 구성됐다. 규격의 각 부문은 실질적 에너지절감을 달성하기 위한 요구사항과 툴이 다수 포함돼 있다.
EMS 구축은 기본적인 활동과 보조적인 지원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본적 활동으로는 에너지방침수립 및 전략기획수립-에너지측면분석, 법규 및 기타요구사항 준수-목표수립, 에너지경영 프로젝트, 모니터링 및 측정, 성과관리, 내부심사, 준수평가 및 점검, 부적합, 시정 및 예방조치, 경영검토 등의 활동으로 정의된다.
지원활동으로는 에너지경영위원회 구성, 에너지경영책임자 임명, 에너지경영추진팀 구성과 구매·에너지를 고려한 설계활동, 장비·설비 및 프로세스 관리, 모니터링 장치, 측정 장치 관리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EMS인증은 국내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KS규격에 따라 시행된다. 심사는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각 사항별로 기준을 설정했는데 정성적 평가에 존재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배제하고 엄격한 평가를 통한 등급 부여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인증심사결과 1000점 만점 중 700점 이상인 경우에만 인증 부여 대상이 되고 이에 조직별 목표 달성도를 점수화해 합산한 뒤 총점을 기준으로 A, AA, AAA의 3가지 등급이 부여된다.
AAA는 타 기업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완벽한 EMS가 구축되고 대외적으로 친에너지 기업 이미지 전달이 가능할 때 수여된다.
EMS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 3월 삼성코닝정밀유리 천안공장, LG전자 창원2공장, 한화케미칼 울산1·2공장,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제1공장, 한국서부발전 서인천발전본부 등 5개 사업장에 대해 국내 최초로 EMS 인증을 수여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
함봉균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