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클럽과 궁합

 골프 교과서에 ‘드라이버로 때리는 샷이나 아이언 샷이나 스윙은 똑같다’는 말이 나온다. 프로 골퍼에게는 맞는지 모르지만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드라이버 샷은 약간 올려치는 샷이고 아이언 샷은 내려치는 다운블로 샷이기 때문에 다른 것이다. 그러나 골프 교과서에서는 ‘스윙은 같지만 볼을 두는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스윙이 같다’라고 말한다. 즉, 드라이버 샷은 볼을 왼발 뒤꿈치에 위치시키고, 아이언 샷은 스탠스의 중간 정도에 위치시키기 때문에 동일한 스윙으로 볼을 때려도 드라이버 샷은 어퍼 블로가 되고 아이언 샷은 다운 블로가 된다라고 말한다. 죄다 믿을 수 없는 얘기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나는 드라이브 샷은 좋은데 아이언 샷이 좋지 않다” 또는 반대로 “아이언 샷은 괜찮은 편인데 드라이브 샷이 좋지 않아서 좋은 스코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것이 아마추어 골퍼에게 있어서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이 다르다는 증거다. 같은 아이언 샷에서도 스윙이 달라진다. 5번 아이언 샷과 9번 아이언 샷은 스윙 자체가 다르다. 풀 스윙으로 볼을 때려내는 5번 아이언과는 달리 9번 아이언은 4분의 3 스윙으로 부드럽게 볼을 때려낸다.

 심지어 같은 드라이버 샷에서도 드라이버의 종류에 따라 스윙이 달라진다. 필자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320g짜리 무거운 드라이버로 샷을 할 때는 상당히 부드럽게 스윙을 하는 편이지만 295g짜리 가벼운 드라이버로 스윙할 때는 나도 모르게 후려치는 스윙을 하게 되어 거리는 많이 나는 반면에 방향성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거리는 좀 덜 나더라도 방향성이 좋은 무거운 미국 스펙의 드라이버를 선호한다. 또, 웨지 샷도 그렇다, 그라파이트 샤프트가 장착된 가벼운 웨지보다는 스틸 샤프트가 장착된 무거운 웨지로 샷을 할 때 훨씬 부드러운 샷을 하게 되어 결과가 더 좋게 나온다. 퍼터는 더 이상 거론할 것도 없이 사람마다 죄다 다른 스펙의 퍼터를 선호한다.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궁합이 맞는 클럽이 따로 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자기의 멘탈, 스윙의 형태에 따라 골프 클럽이 달라지는 것이 옳다. 하지만 스윙만 보고 그 골퍼에게 적합한 클럽이 어떤 종류인지는 사전에 알 수 없다. 그래서 새 클럽을 구입하기 전에 꼭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클럽을 빌려서 시범 라운딩을 한 뒤에 구입을 결정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거리가 많이 난다는 광고에 속지 마시고, 꼭 시타 후에 새 클럽을 구입하라고 권한다. 스펙상 제 아무리 거리가 많이 나는 클럽이라고 해도 나와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중고 클럽 판매사이트에 가 보면 고가의 드라이버를 헐값에 파는 골퍼들이 그리도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