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판매업자 인터뷰 해보니…

# 참고:메일 발송기와 메일DB 2000만명과 Private 최상의 상류층 고객 데이터 30만명 DB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 메일 마케팅 구매 의사가 있으신 분은 문의 바랍니다. 문의: 홍길동(가명) 010-XXXX-XXXX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매일경제 기자는 다량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판다는 판매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에 성공했다. 그의 메일을 받은 한 독자의 제보에 의해서였다. 판매자가 말하는 개인정보 거래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개인정보 판매자 K씨는 "내가 가진 이메일은 2000만명이 넘는다"며 "호텔과 그 부대시설을 이용한 VIP 고객들인 중소기업 사장, 대기업 임직원, 언론인, 법조인은 별도로 30만명의 개인정보 DB를 확보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VIP 30만명은 대부분 휴대폰 번호까지 갖고 있다"며 "마케팅 용도로 필요하면 2000만명이 넘는 이메일 리스트와 주민등록번호가 확보된 300만명, 그리고 호텔 VIP 고객 30만명 리스트까지 모두 합쳐 500만원에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K씨가 제안한 패키지는 직업과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이메일주소가 포함된 호텔 VIP 고객 DB 30만개, 헤드헌팅 회사에서 빼온 300만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 포털 DB에서 빼왔다는 이메일주소 600만개에 자신이 직접 구했다는 이메일 DB 2000만개 등 모두 3000만개에 달했다. 중복되는 사람들을 감안하더라도 그 양은 천문학적인 것이다.

직접 샘플을 보여준 K씨는 "중국에 있는 지인들이 해킹을 해서 얻기도 하고,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을 통해 직접 구입한 정보"라고 취득 경로까지 밝혔다. 그는 "메일발송기 역시 마케팅에는 필수적인데 500만원 패키지에 넣어주겠다"면서 직접 메일발송기 사용방법을 시연하기도 했다.

직접 받아본 샘플에는 국내 대기업 임직원을 비롯해 수많은 중소기업 CEO들, 변호사와 회계사, 언론인, 전직 국회의원 등의 회사 직책과 휴대폰 번호, 주민등록번호까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자칫 범죄에 악용될 경우 심각한 파장이 염려되는 수준이었다.

기자는 자료의 신뢰성을 알아보기 위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20여 통의 전화를 해본 결과 결번으로 나오는 비율은 10~20%에 불과했고 대부분 연결이 됐다.

통화가 이뤄진 이들은 모두 본인으로 확인됐다. 전화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자 대부분의 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일제히 "황당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D중소기업 박 모 사장은 "어이가 없다. 말만 들었지 이렇게 휴대폰 번호까지 돌아다니는 줄 몰랐다"며 "범죄에 악용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같은 개인정보 판매자 처벌이 법적으로 쉽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범죄 성립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 과정에 동행했던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빼온 정보가 아니라면 처벌하기 어렵게 돼 있다"며 "다만 개인정보를 빼오는 과정에서 해킹 등 불법을 저질렀다면 처벌 가능하지만 그것을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형사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호텔에서 정보를 빼왔더라도 그걸 다른 호텔에 팔아야 범죄가 성립된다"며 "단순히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각자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법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