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도드라지게 다가오는 국민·국가적 공감대(컨센서스)가 있다. ‘국격(國格) 높이기’이다. 국가 안팎에 자존감을 새롭게 세우고, 명실상부하게 선진국 대열의 앞줄에 당당히 발을 디디는 모습 속에서 국가발전의 견실한 동력을 만들자는 시도다. ‘품격 있는 시민, 품격 높은 나라’라는 비전 아래 구체적인 추진방향도 정했다. 최소 약속인 질서를 지키는 가운데 나누고 배려하는 따뜻한 나라,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진 문화·기술 강국,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선진 시스템을 갖춘 국가 등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국민들이 지난 시간 속에서 다양한 모양의 목표 아래 추진해 이루려 힘썼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별 특별할 게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당연히 이뤄내야 할 일이라는 컨센서스가 충분한 만큼, 온 국민과 함께 힘있게 나아가야 마땅한 일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구체적 실천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80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글로벌 마켓과 국제사회를 겨냥한 정부차원의 실천 과제도 명시했다. 바꿔 생각하면 ‘이것조차 안되고 있다’는 것인 만큼 철저한 자기반성과 실천을 통해 ‘기본이 갖춰진 나라’를 만들어 가는 동시에,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자존과 위상을 확인하고 업그레이드하자는 의지이다.
방점은 국가 경쟁력 강화와 세계 속에서 존경받는 나라이다. 자존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발걸음을 통해 ‘글로벌 선진코리아’를 세계 속에서 각인시켜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 정보통신은 의미있는 기억과 기회를 제공한다. 정보통신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한국에서 보라’는 말이 회자된다. 선진국들은 한국을 ‘되는 IT와 되지 않는 IT’를 가늠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여겼고, 개도국들은 ‘IT기반 국가발전의 롤모델’로 생각했다. IT인들의 땀과 수고가 있어 가능했다.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미래동력을 만들겠다는 땀이 있었고, 국제사회의 동반자로서 경험과 역량을 개도국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수고가 있었다.
이 같은 기억은 온전히 기회를 제공한다. ‘국격 높이기’의 지향점이 ‘세계 속 존경받는 한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는 정보통신을 손에 들고 세계 각국과 함께 나누기 위해 진정어린 손길을 내밀어왔다. 주는 손이 아닌, 함께하는 손이 되기 위한 세심한 배려를 담은 손길이었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펼쳐온 다양한 ‘IT 나누기’는 정보통신을 다루는 현지 지도층들로부터 ‘코리아 넘버원!’을 되뇌이게 했다.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은 따뜻하게 배려하는 친구이자, 존경하는 이웃이다. 정보통신 부문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내디뎌온 ‘국격 높이기’ 발걸음인 것이다. 21세기의 문을 연 지 10년, 대한민국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한 스포츠문화 강국 각인, G20 정상회의 개최로 실현할 국제사회 리더국으로의 비상 등 다양한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 다가올 기회 속에, 정보통신을 앞세워 만든 기억에 담긴 지난 기회를 의미있게 담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손연기 객원논설위원·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ygson12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