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예산 늘리고 전문 기업부터 키워야
지난 2007년 6월 확정한 ‘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술 자립을 위해 ‘사업’보다 ‘핵심기술 확보’에 중점을 뒀다. 예산 편성시 범부처 사업인 우주개발 예산을 우선 반영하고 기업 등 추진주체간 효율적 역할 정립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중점 추진 목표들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 의문이다.
우선 예산 확보 자체가 불안정하다. 이번 실패를 이유로 3차 발사를 위한 과학기술위성 2호 제작 또는 한국형 발사체 ‘KSLV-Ⅱ’등의 예산 확보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우주개발진흥 세부실천계획’을 수립해 올 3월부터 KSLV-Ⅱ 사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올해 관련 예산은 인건비 수준인 약 200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업 예산에 밀린 측면도 있지만 나로호 2차 발사의 성패 여부를 본 뒤 예산을 증액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KSLV-Ⅱ 발사 목표 시점은 당초 예정됐던 2018년보다 2년 늦춰진 2020년으로 수정됐다. 중장기적인 국가 프로젝트의 예산을 짜는데 발사 성패를 반영한다는 것은 우리 우주개발 계획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우리가 늘려잡은 10개년 계획도 다른 나라 우주개발 계획과 비교하면 단기 계획에 가깝다.
민간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차 발사때 문제가 된 소화설비를 포함한 지상지원설비 업체가 바뀌었다. 1차 발사 때엔 탑엔지니어링이었으나 이번엔 다른 업체가 공급했다. 18여 년의 짧은 우주개발 역사에 인공위성 제작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 세트렉아이 등 극히 일부라는 점에서 전문업체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전문업체의 육성은 인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시급하다.
이창진 한국연구재단 우주단장은 “항우연의 기술적인 리드도 필요하지만 산업체도 대응할 역량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국가적 차원에서 뒷받침할 인력 공급이 10년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 협력시 투자 대비 효과 창출과 문제 발생시 대응할 공정한 계약 체결 등도 과제다. 러시아가 1단을 개발한 나로호는 실패 시 추가 발사에 대한 계약서 조항을 놓고 ‘우리의 요구를 러시아가 받아들일 구속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김영식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한·러간 해결이 안되면 국제법상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며 “최소한의 대응 장치가 계약서에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뒤집어보면 러시아와의 계약에 해석상 여지가 많으며, 심지어 ‘구속력 있는 조항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낳았다.
정부는 14일 오후 2시 나로우주센터에서 한·러 실패조사위원회(FRB)를 가동해 2차 발사 실패 여부를 가리기 위한 논의를 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