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어떤 모임을 가든 스마트폰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얼리 어답터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경제·사회·문화·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관통하며 각 분야의 혁신과 변화의 방향을 논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테마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은 언제 어디서나 정보 서비스를 향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툴이자 새로운 행동양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환경변화는 기업과 정부·공공 기관에도 새로운 형태의 상품·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엄지족을 잇는 ‘검지족’=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는 이미 40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한 해 팔리는 휴대폰 수도 2000만대를 웃돈다. 그동안 일반 휴대폰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 구도를 유지해온 국내 이통산업은 휴대폰의 자판을 빠르게 눌러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른바 ‘엄지족(族)’ 시대를 거쳐 이제 ‘검지족’ 시대를 향하고 있다. 검지족은 스마트폰 보급이 점차 늘어나면서 검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각종 정보를 입력, 확인하는 최근 트렌드를 빗댄 표현이다.
한 시장조사업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체 휴대폰 시장의 불과 1%대에 머물던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11월 말 아이폰의 출시로 촉발된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지난달 무려 16.6%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말이면 한 해 판매되는 전체 휴대폰 넉 대 중 한 대가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바야흐로 ‘터치의 시대’가 왔다.
◇실시간 소통과 구매의 시대=아이폰은 미국 출시 2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말에야 국내에 출시됐다. 불과 6개월 만에 우리 산업과 생활에 불어닥친 변화는 과거 인터넷 혁명에 버금가는 ‘제2의 IT 혁명’에 비견된다. 그동안 국내 통신환경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제공하는 기기와 서비스를 주어진 대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닫힌 정원(walled garden)’의 구조였다. 무선인터넷은 음악 한 곡을 내려받는 데 대략 1만원은 지급해야 할 만큼 비쌌고 이용절차도 복잡했다. 이를 대신할 무선랜은 구경할 수도 없었고 휴대폰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내에 상륙한 스마트폰 열풍은 이 같은 이동통신사 중심의 폐쇄적인 산업·서비스 구조를 ‘참여와 공유, 상생’이라는 틀로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뒤늦게 맛본 국내 소비자는 앱스토어(온라인 프로그램 장터)에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위력에 놀랐고, 집과 사무실 밖에서 무선랜을 이용해 수시로 즐기는 무선인터넷의 매력에 주목했다.
결국 이는 정부와 이통사, 제조사가 빗장을 푸는 계기가 됐고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 요금제는 무선인터넷 ‘요금폭탄’에 대한 두려움까지 잠재우기 시작했다. 이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저렴한 요금과 간편한 절차를 거쳐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만든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웹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만을 위한 휴대폰을 꾸미기 시작했다.
특히 스마트폰에 내장된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 모듈과 카메라 그리고 크게 부담이 줄어든 무선인터넷 요금체계는 상품·서비스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주변 정보를 찾아 곧바로 즐기는 ‘위치기반 실시간 구매의 시대’를 낳고 있다. 더욱이 트위터·미투데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실시간 정보공유와 소통은 이 같은 시대적 변화를 더욱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또 모바일 시대의 소비자들은 제공되는 상품·서비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생산·판매 업체에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온라인 소비의 특성을 더욱 확대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소통과 구매 형태는 비단 젊은 층이나 IT에 밝은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 등 신기술 수용에 거부감이 적은 과거 ‘X세대’가 중년에 이른데다 고령의 시기에도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요구되면서 고연령층의 디지털 활용능력도 크게 높아졌다. 그들 역시 모바일 시대의 또 다른 강력한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화학적 결합 서비스가 대세=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의 만남이 일구는 모바일 서비스의 특징은 ‘커뮤니케이션’ 기능과 GPS를 이용한 ‘위치기반서비스(LBS)’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PC의 메신저처럼 사실상 무료로 쪽지나 메모, 심지어는 음성과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인 ‘와츠앱(WhatsApp)’ ‘카카오토크(Kakaotalk)’ ‘네이트온(NateOn)’ 등은 사용자가 기존에 보유한 오프라인 인맥정보(주소록)와 결합되며 더욱 강력한 소통을 돕고 있다.
또 구글·네이버·다음 등의 지도 애플리케이션과 GPS를 이용해 간편하게 목적지 검색이나 주변 맛집을 찾아갈 수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비춰 보이는 곳의 정보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스캔서치’ ‘오브제’ 등 증강현실(AR) 서비스도 스마트폰이 안기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모두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정보가 결합돼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들이다.
은행·증권·카드 등 대부분 금융회사에서도 스마트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 스마트폰을 이용한 계좌 조회 및 이체, 주식매매 등 오프라인에서 행해진 기본적인 금융거래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고객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소개, 판매하는 이른바 모바일(m) 고객관계관리(CRM)까지 시도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오프라인의 공간정보와 인맥 정보가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을 통해 결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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