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애널리스트 기업 탐방 요청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어요."
한 중형사 리서치센터의 스몰캡 팀장은 기업 탐방을 준비하다 최근 한 휴대폰 부품업체 A사에서 뜬금없이 이 같은 답변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이 부품사는 굴지의 글로벌 휴대폰 메이커에 외형을 납품하는 알짜 기업이다.
알고 보니 A사의 갑작스러운 `애널리스트 사절 선언` 뒤에는 상전 격인 글로벌 업체의 엄명이 있었다. 최근 한 언론사가 A사의 납품건을 보도하자 "애널리스트와 기자 등 외부 인사의 접촉을 금지해 달라"고 엄중히 요청해온 것이다.
부품업체로서는 주가 부양이나 기업 홍보를 위해 `굴지의 대기업과 거래관계를 텄다`는 소식을 최대한 알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부품업체 노출은 곧 우리 제품의 사양을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경쟁사가 `더 높은 납품가격` 등을 내세워 협력업체를 뺏어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숨어 있는 알짜 협력업체를 어떤 식으로든 찾아내려는 애널리스트와 숨기려는 기업 간에 숨바꼭질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증시에서 주도주인 IT업종 내에서도 미묘한 위상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반도체보다 스마트폰등 휴대폰 관련주들이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그 정점에 있다. 국내 휴대폰 부품사들은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경쟁력을 갖고 있어 내로라하는 글로벌 휴대폰 업체에서 대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대기업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납품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 납품하는 부품사들이 실적 노출을 꺼리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완성품 업체의 납품단가 인하요구를 가급적 피하기 위해서다. 부품사의 실적이 좋다는 말은 `대기업 구매 담당자가 납품가를 후하게 쳐줬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다. 부품사로선 호의적인 기사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영업에는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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