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구매정책 변화 협력사에 메가톤급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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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부품업체들이 노키아발(發) 구매정책 급변이라는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노키아 본사가 폭스콘·라이트온·BYD 등 중화권 전자제품 전문생산기업(EMS)으로 거래 채널을 다각화함에 따라 국내 협력사들은 당장 하반기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에 이미 중화권 EMS와 거래를 해온 국내 업체들은 노키아와의 신규 거래까지 뚫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노키아는 기술력, 품질, 거래실적 등 기준에 따라 협력사를 S2, S1, A, B 네 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노키아는 이번 공급망관리 개편안을 은밀히 추진했지만, S2급 일부 국내 협력사에 미리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스마트폰 등 고가 제품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중저가 제품은 아웃소싱을 확대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노키아가 중복 모델 수를 줄이고, 연구인력 감축에 나선 것도 이번 개편을 실행하기 위한 사전조치였던 셈이다.

 저가폰 모델용 부품을 EMS를 통해 조달하면 노키아 입장에서는 개발비, 관리비 등 제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협력사에 판가인하를 추진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반면에 국내 노키아 협력사들은 개발비 등 제반 비용이 상승하며, 판가인하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EMS와 거래 채널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국내에서는 노키아TMC가 지금처럼 고가 모델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노키아와 라이트온·펠로스 합작법인은 중저가 모델용 개발 및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부품 구매 기준이 ‘품질’에서 ‘가격’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EMS들은 자회사로부터 부품을 조달하거나 기존 협력사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중화권 EMS와 거래실적을 쌓아온 국내 업체는 노키아와 거래를 확보하는 데 유리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하이엔드 피처폰 등 고가 모델에 적용되는 부품을 공급하는 일부 국내 업체는 계속 노키아 본사와 거래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저가 범용 부품에 주력하는 국내 업체는 직접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키아는 삼성·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보다 부품 업체들의 이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세계 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이런 기조가 조금씩 변했다. 신흥시장에서 기존 입지를 수성하기 위해 원가 경쟁력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저가폰 시장에서 삼성·LG전자와 중국 휴대폰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잠식했다. 지난해 노키아의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8%였지만, 올해 1분기 34%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부품업체가 노키아와 거래를 트면 성공적으로 거래처를 다변화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노키아와의 거래 장점이 희석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