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운 기자의백투더퓨처] <13> 지진학의 진보를 이끈 베노 구텐베르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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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지구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 발생 소식이 유독 많이 들렸다.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은 2000만명이 체감할 만큼 강력했고, 중국 칭하이성에서 일어난 지진은 3000명에 가까운 사망·실종자라는 피해를 낳았다.

지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두려운 자연재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지진의 근원을 설명하는 신화나 전설은 신의 분노와 결부돼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포세이돈이 화를 낼 때마다 땅이 흔들린다고 믿었고, 북유럽 신화는 동굴에 갇힌 악마 로키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마다 지진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신비로운 자연현상으로만 여겨진 지진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노력은 불과 100년 전에야 시작됐다. 지진계의 발명으로 시작된 지진학(Seismology)은 진원의 분석을 통해 지진예보 및 지진피해를 최소화하는 내진공학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1889년 6월 4일은 지진학의 진보에 한 획을 그은 유태인 학자 베노 구텐베르크가 독일의 다름슈타트에서 태어난 날이다.

그는 지구 내부 구조인 맨틀과 핵(코어)이 나뉘는 경계를 발견하고, 그 깊이를 3500km로 정의하는 등 지구 내부 연구 및 지진과 관련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1920년대 이미 독일에서 지진학자로 명성을 쌓은 구텐베르크는 유태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학계에서 불이익을 받자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이곳에서 그의 가장 큰 업적이 이뤄진다. 동료 찰스 리히터와 함께 지진파를 측정해 지진의 에너지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리히터 규모를 개발한 것이다. 1935년 만들어진 리히터 규모 숫자가 1이 증가할 수록 지진의 강도는 10배가 세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서 지진의 강도를 표시하는 가장 대표적인 척도로 꼽힌다.

리히터 규모는 그 당시까지 지진관측소에서 측정한 값인 메르칼리 척도보다 정확하게 지진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지진으로 인해 발생할 피해를 예측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간이 자연재해인 지진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도왔다. 오늘날 내진 건물 설계 등에 절대적인 기준 역시 바로 이 리히터 규모다.

물론 리히터 규모는 피해 정도를 알려줄 뿐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진 못했다. 피해에 대비한 최선의 준비를 하게 해줄 뿐 지진 자체를 피하는 법은 알려주지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하는 길이라는 점에선 충분히 의미 있는 발견임은 분명하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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