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산악인 오은선씨가 안나푸르나봉 도전에 성공해 여성 최초로 8000미터 이상의 14좌를 정복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항상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안나프르나봉 정복을 시도했지만 정상을 불과 3백여 미터 남겨 놓고 갑작스러운 화이트 아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실패의 경험을 디딤돌로 두 번째 도전에서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정복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오는 6월 9일, 전남 고흥에서 나로호가 다시 한 번 우주를 향한 힘찬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8월 25일, 국민적 관심과 염원 속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었지만 노즈 페어링의 분리 실패로 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해 절반의 성공으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어 이번 나로호 발사 성공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더욱 절실하고 크다.
미국, 일본, 영국, 중국 등 많은 우주개발 선진국들도 첫 번째 위성발사 시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패에 굴하지 않는 지속적 투자와 도전으로 오늘날 우주개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실패는 오히려 새로운 도전과 기술적 진보를 가져온다. 우리나라는 우주개발 선진국들보다 40년이나 늦은 1990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우주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우주개발에 있어 지각생이자 후발주자 그룹이다. 1992년 대한민국 최초의 위성인 ‘우리별1호’ 발사 이후, 20여년의 짧은 우주개발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10여 기의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개발, 운영중이다.
그러나 원하는 시기에 우리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효율적 우주 개발을 위해서는 이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우주 발사체의 자체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로호 2차 발사가 성공을 거둔다면 향후 우리 손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핵심인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커다란 진전을 이룰 것이다. 발사체 기술은 국제적으로 민감한 기술이자, 선진국들이 다른 나라로의 기술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전략적 기술이다.
나로호의 성공은 무엇보다 2020년 우리 손으로 만들게 될 1.5톤급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KSLV-Ⅱ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한 성공 지렛대가 될 것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량을 인정받음으로써 공동 연구개발 사업 참여 기회 확대로 우주개발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우주발사체 개발은 첨단 기술력의 총합으로 오랜 준비기간과 예산, 많은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주발사체는 모든 기술적 준비가 완료되어도 하늘이 허락한 특정한 시간에만 발사가 가능할 만큼 발사조건이 까다롭다. 즉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이라 일컬어지는 이 시간은 위성의 종류와 발사 장소,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기상과 통신상황도 성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로호 발사 성공은 단순히 우리나라 우주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 주는 지표이자 미래의 대한민국을 열어갈 핵심 동력이다.
오은선 대장이 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14좌 등정 성공으로 산악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며 세계 산악역사를 다시 썼듯이, 우주강국을 향한 나로호의 도전 성공으로 미래의 하늘 문을 여는 우주역사를 우리 손으로 다시 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