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컴퓨터가 얼굴을 확 바꾸었다. 종합 서비스 기업을 뜻하는 ‘대원CTS’로 이름을 교체하고 새롭게 비전을 세웠다. 정명천 사장(51)은 “총판 중심의 유통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컴퓨터를 중심으로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대원은 국내 컴퓨터 유통의 산 증인이다. 1988년 삼보 프린터 유통을 시작으로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20년 넘게 IT유통, 그것도 컴퓨터·프린터·모니터·주변기기 등 하드웨어만 고집했다. “유통 기본은 신뢰입니다. 20년 동안 쌓아온 경험이 있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는 게 유통업의 본질입니다. 게다가 컴퓨터 시장이 이전과 달리 크게 변했습니다. 시장이 변하니 기업도 변해야 합니다.”
대원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만 바꾼 게 아니다. 사업 분야를 새롭게 정의했다. 제품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체제를 구축했다. ‘유통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사장은 “배송과 보관 서비스를 통합한 물류관리·홍보·마케팅 기획·영업, 여기에 은행이나 제2금융권과 연계한 리스 영업 모두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대원이 이를 위해 이엘센터·이엘티과 같은 자회사를 설립했다. 부족한 마케팅 역량을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크게 키웠다. “제조업체는 좋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게 경쟁력입니다. 대신에 유통업체는 제품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글로벌 협력업체에 부족한 서비스와 물류망, 중소 제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마케팅 능력을 보완해 주자는 차원입니다.”
한 마디로 이전에 총판 중심 모델에서는 많이 팔아주는 것만 고민했지만 지금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우량 제품’을 적극 발굴해 공동으로 마케팅에 나서 새로운 시장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사업 분야도 크게 확대한다. 대원의 매출 가운데 비중이 제일 큰 곳은 HP다. HP가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 HP에 이어 LG·시게이트·벤큐·샤프·AMD 등 대략 15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대부분 하드웨어 중심인데다 직접 고객을 만나기 보다는 총판체제로 중간 유통에 집중하는 구조다. 대원은 앞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은 직접 마케팅과 영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미 인터넷 공유기와 외장 하드디스크를 결합한 ‘네플 웹박스’ 제품을 시범적으로 판매 중이다.
정 사장은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 한 제품에 그치지만 소프트웨어 품목도 크게 늘려 품목을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모델도 준비 중이다. 조달 시장을 겨냥해 대원디지탈을 설립한 데 이어 컴퓨터·프린터를 빌려주고 일정 금액을 받는 ‘하드웨어 리스(렌털)’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원은 지난해 매출 4500억원을 올렸다. 2000년대 중반 정점을 찍은 이후 사실상 실적이 멈춘 상황이다. 올해는 아예 연간 단위에서 분기로 매출 목표를 세분화하는 형태로 경영 전략을 바꾸었다.
“기술과 신제품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통도 시장 대응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재고와 채권 관리에 실패하면 바로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분기로 방향을 선회한 배경도 이 때문입니다.”
정명천 사장은 “컴퓨터 유통이라는 대원의 내재 가치는 변하지 않겠지만 다양한 사업 모델을 접목해 IT유통 시장에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플랫폼유통 많이 본 뉴스
-
1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2
단독개인사업자 'CEO보험' 가입 못한다…생보사, 줄줄이 판매중지
-
3
LG엔솔, 차세대 원통형 연구 '46셀 개발팀'으로 명명
-
4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5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6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7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8
페루 700년 전 어린이 76명 매장… “밭 비옥하게 하려고”
-
9
127큐비트 IBM 양자컴퓨터, 연세대서 국내 첫 가동
-
10
'슈퍼컴퓨터 톱500' 한국 보유수 기준 8위, 성능 10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