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정영태 중소기업청 차장/마켓 3.0과 1인 창조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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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중소기업청 차장 ytj91@smba.go.kr

 마케팅의 구루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마켓3.0 시대를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새로운 시대의 도래’라고 명명했다. 대가의 표현을 빌릴 것도 없이 마켓3.0은 우리에게 익숙한 규칙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마켓1.0 시대에 기업의 목표는 제품을 표준화하고 생산을 자동화하는 것이었다. 생산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하여 이윤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정보화와 함께 열린 마켓2.0 시대는 ‘고객가치창출’로 대변된다.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고객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이 등장했다. 치밀한 분석에 기반한 전략과 그에 따른 마케팅의 전개에 따라 경쟁우위가 갈렸다.

 이제는 개인이나 집단 간의 연결성이나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해주는 뉴웨이브 기술이 고객을 수동적 가치지향의 대상이 아닌 창조적 가치발굴의 주인공으로 바꿔놓았다.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수용자 입장이었던 소비자에서 자신의 가치를 투영할 대상을 직접 찾아나서는 능동적인 참여자로 변화한 것이다. 이전의 마켓2.0과는 다른 고객가치 창출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대, 마켓 3.0이 열린 것이다.

 변화된 소비자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은 기존의 요소투입경제 공식으로는 정답을 찾지 못한다. 개별화된 소비자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동일화된 상품을 찾기 때문이다. 막강한 정보접근성을 가진 소비자 앞에서는 기업이 전하고 싶은 가치를 전파하는 것도 효과적이지 않다.

 주목할 것은 다양해져 버린 소비자들의 엄청난 변화 속도다. 기업들이 지난 세기 동안 ‘핵심역량으로의 집중’을 화두로 필사적으로 몸집을 줄였지만 여전히 이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무겁다. 이제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치가 투영된 상품을 요구한다. 그리고 자신의 요구에 맞는 상품을 직접 찾고, 적극적인 전파자가 되며 심지어 생산자로도 참여한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가르는 이분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마켓3.0은 기존 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섰던 기업보다는 창의력과 기술로 승부를 거는 1인 창조기업에 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1인창조기업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법률과 세무 지식, 디자인과 마케팅 파워, 담보력이나 자본의 힘은 부족하지만, 순발력과 창의성에선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기업 경영의 모든 부문에서 균형 잡힌 경쟁력을 갖춰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전 시대와 달리 지금 펼쳐진 마켓3.0에선 특정한 부문의 경쟁력인 창의력 하나만으로도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1인창조기업이 외형을 키우지 않고도 창의성이라는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1인창조기업은 마켓3.0의 특성 중 하나인 소비자와 협력을 통한 공동체의 유대감을 제공할 여지가 더 크다. 또, 다양하게 분화된 소비자에게 개별적으로 다가가는 데도 적합하다. 이 때문에 1인창조기업의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로 집약되는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를 해결하는 방책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대비하는 국가 경쟁력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더 많은 1인 창조기업이 탄생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법적, 제도적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1인창조기업은 사회적 다양성의 한 모습이자 마켓3.0을 주도해 나갈 원동력이다.

 정영태 중소기업청 차장 ytj91@smb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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