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의 양보 없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던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의 갈등에 그래텍이라는 중재자가 등장했다. 해묵은 감정 싸움의 당사자가 아닌 그래텍의 협상 여부에 따라 자칫 파국을 맞을 수 있는 e스포츠 업계가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인터넷 방송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대표 배인식)과 e스포츠 관련 독점계약을 맺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그래텍은 앞으로 3년 간 ‘스타크래프트2’,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 주요 게임의 국내 e스포츠 대회 및 방송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됐다. 아울러 그래텍은 앞으로 블리자드 게임을 종목으로 한 국내 e스포츠 대회의 협상 주체가 됐다. 최근 “더 이상 한국e스포츠협회와는 지재권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의 발언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e스포츠협회와의 갈등도 그래텍의 과제로 남았다.
배인식 그래텍 사장은 “블리자드나 우리가 협회를 배제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낭설”이라며 “우리는 정당한 지재권을 인정하는 어떤 대상과도 e스포츠 발전을 위해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또 “그래텍은 구단이나 협회, 방송사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당면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텍은 내달 27일 스타크래프트2 공식 출시 이후 리그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래텍은 또 한국은 물론 해외 유명 게이머들까지 참가하는 글로벌 리그인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클랜 대항전, 연승전 등 다양한 e스포츠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e스포츠협회는 신중한 모습이다. 최원제 사무총장은 “현재 내부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변했다. 한 e스포츠 구단 관계자는 “마이크 모하임 CEO 발언 이후 구단들은 의사결정을 협회에 일임하고 행동을 통일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라며 “협회를 배제한 채 개별 구단이나 방송사를 접촉하는 방식으론 이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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