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최고위급 만남…삼성 `소니 끌어안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소니 회동 일지삼성이 소니를 적극적으로 끌어 안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사이에 5∼6차례 최고위급 만남이 있었으며 급기야 이건희 회장까지 나서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을 만났다. 이는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 구다라기 겐 사장 등이 퇴임한 이 후 주춤했던 소니와 삼성의 밀월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데이 소니 전 회장은 내부 반대에도 삼성과 소니 합작법인인 ‘S-LCD’를 설립하며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스트링어 회장이 취임하면서 스트링어 주도로 경영진을 새로 개편하면서 두 회사는 최고 경영층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 없어 이전과 비교해 관계가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흘러 나왔다.
삼성은 두 그룹 총수가 24일 저녁 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만찬을 열었다고 25일 밝혔다. 이 회장이 스트링어 회장을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이건희 회장이 스트링어 회장을 초청하는 형태로 만남이 이뤄졌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스트링어 회장을 초청하는 자리였다” 며 “투자나 세부 협력 수위를 논의하기 보다는 의례적으로 협력 관계를 발전해 나가자는 수준에서 이야기가 이뤄졌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을 포함해 지난 1년 사이에 이미 5∼6차례의 비공식 VIP 만남이 이뤄진 점에 비춰 볼 때 삼성과 소니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소니는 표면적으로 경쟁 상대지만 소니는 삼성에 가장 큰 부품 조달업체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삼성이 소니를 TV 시장에서 앞지르면서 소니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직접 나선 데는 소니 내부에 흐르는 ‘반삼성 기류’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컸다는 해석이다. 이에 앞서 삼성 이재용 부사장은 스트링어 회장과 지난 1년 사이에 거의 두 달 사이로 만남을 이어 오며 소니와 삼성 관계에 변화가 없음을 과시했다.
지난해 4월 이재용 부사장은 일본 도쿄 소니 본사를 직접 방문해 스트링어 회장을 만났다. 이어 6월 합작 법인 ‘S-LCD’ 8-2 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 양산 기념식과 만찬에서 두 번째로 만났다. 직후인 7월에는 미국 아이다호 선 밸리에서 열린 ‘앨런&코 콘퍼런스’에서 스프링어 회장을 다시 한 번 독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9월 들어서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전시회, 올해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스거스에서 열린 ‘CES 2010’에서도 비공식적으로 스트링어 회장을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소니 끌어 안기’에 나섰다. 급기야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자마자 스트링어 회장을 초청하는 형태로 만남을 이어가면서 소니와 단순 파트너 이상의 관계 구축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이날 만찬에는 소니 측에서 스트링어 회장 외에 TV· 카메라 등 소비자 제품과 반도체 부품 조달 업무를 맡고 있는 요시오카 히로시 부사장이 참석했으며 삼성전자에서는 최지성 사장과 이재용 부사장, 장원기 사장 등이 배석했다. 소니 요시오카 히로시 부사장은 소니코리아를 방문해 격려했으며 소니 일행은 25일 한국을 떠났다.
강병준기자, 윤건일 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