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흔히 웹2.0의 속성으로 ‘참여·개방·공유’를 들곤 한다. 필자는 이 정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세 가지 속성이 중첩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이 웹2.0 사상을 더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집단지성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웹2.0이나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을 소개할 때 언급되는 정도였다. 비즈니스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사례도 일부 인터넷 기업에 한정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집단지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에 접목하려는 노력도 늘고 있다. 우습게도 아이폰 열풍이 그 진원지다.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아이폰 생태계’와 아이폰을 이용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집단지성의 ‘맛’을 알게 한 것이다.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쉬워도 구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집단지성이 몰고 온 혁명적 변화의 수혜자가 곧 산업계의 질서와 판도를 바꾼 기업과 대부분 일치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집단지성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받아들이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참여·개방·공유라는 웹2.0의 속성을 잘 이해하면 될까. 절대 아니다. 이에 대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집단지성센터(CCI)는 ‘집단지성 게놈’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집단지성 게놈이란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속성)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집단지성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분석해 어떤 유전자를 집단지성 게놈으로 엮어낼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MIT CCI는 약 250개 웹 기반 집단지성 사례를 분석해 집단지성 게놈이 16개 유전자의 조합으로 이뤄진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16개 속성은 ‘누가’ ‘왜’ ‘어떻게’라는 세 가지 범주로 구성된다.
먼저 ‘누가’라는 범주는 대중(crowd) 유전자와 계층(hierarchy) 유전자로 나뉜다. 집단지성 생산에는 일반적으로 대중 유전자가 사용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는 계층 유전자가 사용될 때도 있다. 위키피디아 아티클을 생성할 때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계층 유전자)이지만 아티클 편집 시 업데이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대중 유전자다.
‘왜’라는 범주는 돈, 애정, 명예 유전자로 구성된다. 인센티브를 내걸어야 크라우드 소싱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애정과 명예 유전자만으로도 집단지성이 충분히 발현되는 사이트도 많다. 아마존의 리뷰 기능은 애정과 명예 유전자가 기제로 작용하는 경우다.
제일 복잡한 것이 바로 ‘어떻게’라는 범주다. 집단지성을 생성하는 유전자만 해도 수집, 경합, 협업 등 세 가지가 있다. 집단지성에 대한 의사결정 유전자는 그룹의사결정, 투표, 평균, 합의, 예측, 개인의사결정, 시장, 소셜네트워크로 무려 8개나 된다.
예를 들어 리눅스 프로젝트를 ‘누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창조 과정에서는 대중 유전자(모든 개발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계층 유전자(리누스 토발즈와 소수의 전문가)가 개입한다. 웹2.0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이노센티브와 위키피디아를 비교해 봐도 집단지성 게놈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아티클 생성에 작용하는 집단지성 유전자는 대중(누가)-애정과 명예(왜)-수집(어떻게)이지만, 이노센티브에서 솔루션을 선정할 때 필요한 유전자는 대중(누가)-돈(왜)-콘테스트(어떻게)다.
이처럼 집단지성 유전자에 대한 분석과 고민이 필요한 이유는, 집단지성이 앞으로도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꾸준하게 주목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비즈니스모델과 일하는 방식의 양 측면에서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다. 아직 집단지성을 제대로 고민해 보지 못했다면, 우리 회사에 걸맞은 집단지성이 무엇인지, 어떤 유전자가 필요한지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한다. 혹시 아는가. MIT CCI의 집단지성 게놈 프레임워크를 고민하다 보면 ‘대박’ 아이디어의 기회를 얻을지.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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