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 또 다른 코리아의 힘] <3>기후변화를 넘어서자(12)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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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2년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세계 최초로 원자로 가동에 성공한다. 1951년에는 미국이 ‘EBR-1’이라는 실험용 원자로로 세계 최초의 원자력 발전에 성공, 이후 50년이 지난 오늘날 전세계에는 400개가 넘는 원자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인 원자력은 현재 세계 전력생산의 6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에너지원이 됐다.

 원자력발전이 우리나라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60년대다. 1962년 100㎾급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2(TRIGA MARK-2)’가 가동된 후 1978년 한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이 된다. 그리고 지난해 말 드디어 우리나라는 아부다비에서 400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원전 건설 수출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 같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역사 속의 중심에 있던 회사가 바로 현대건설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대표기업=현대건설은 약 40년의 원전건설 경험을 기초로 신뢰도 높은 회사로 성장해왔다. 국내 운영중인 20기의 원전 중 12기가 현대건설의 작품이다.

 국내 원자력 산업이 걸음마 단계였던 1970년대,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조인트벤처 형태로 고리 1호기 건설에 참가하면서 1차 계통 설치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고리 3, 4호기의 주계약자로서 참가하면서 품질 관리뿐만 아니라 토목·건축·기계·전기 공사의 공정도 수행했다.

 3호기는 2004년 미국 뉴클레오닉스 위크(Nucleonics Week)지가 발표한 2003년 원전 이용률에서 세계 436기 중 1위를 달성했으며, 고리 4호기는 한주기 무고장 상업운전(처음 연료 장전 후 또는 연료교체 후 다음 연료교체 시기까지 발전 정지 없이 연속운전 하는 것)을 상업운전 이후 5회 기록하기도 했다.

 영광 1∼6호기는 현대건설이 20여 년간에 걸쳐 건설한 원전으로, 국내 전력 생산량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영광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원전건설 기술자립도 100%를 달성했으며, 다양한 기술과 경험도 축적했다. 영광 1, 3호기는 2001년 뉴클레오닉스 위크가 발표한 세계 원전 이용률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4호기는 2000년 미국 원자력협회(NEI)가 발표한 세계 원전 이용률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신고리 1∼4호기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신고리 1, 2호기는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개량형 한국 표준 원전(KSNP+ : Advanced Korean Standard Nuclear Power Plant)이다. 지난 2003년 6월 계약이 체결됐지만 인허가 문제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다 2005년 1월 공사를 시작했다. 신고리 1, 2호기가 이전 한국 표준형 원전과 다른 점은 2차 보조계통 건물(SAB : Secondary Auxiliary Building)과 폐기물 저장 건물(RWB : Rad Waste Building), 출입 통제 건물(ACB : Access Control Building)을 합쳐서 복합건물(Compound Building)이 건설된다는 점이다. 심층 배수를 채택해 온배수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를 저감시키는 환경친화적 원전이 되도록 설계·건설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신고리 3, 4호기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인 140만㎾급 발전용량으로 건설된다. 세계적으로도 동급이상 원전은 프랑스·독일·미국·리투아니아 4개국만이 건설해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현대건설만의 강점=현대건설이 우수한 원전 시공 회사로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은 폭 넓은 지식관리와 체계적인 프로젝트 관리, 끊임없는 인적·물적 투자에 기인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압경수로(PWR : Pressurized Water Reactor)와 가압중수로(PHWR : Pressurized Heavy Water Reactor)를 모두 건설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기술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현대건설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설계·기기제작·사업관리는 사실상 전적으로 외국 기술에 의존했고, 시공도 외국 기업의 기술 지원 하에 이뤄졌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고리 1∼4호기와 영광 1, 2호기 그리고 월성 1호기를 건설하면서 외국의 원자력 시공기술을 습득해 점차 독자 기술로 발전시켜왔다.

 특히 현재 시공 중인 신고리 3, 4호기는 140만㎾급 신형 경수로 원자로(APR1400 : Advanced Power Reactor 1400)를 적용해 국내 원전기술의 자립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1, 2호기와 비교해 발전용량이 40만㎾ 더 많고 수명도 20년이 길어 60년이다. 신고리 3, 4호기 설계와 시공은 3세대 원전기술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어 지난해 말 UAE 원전 수출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타회사에 비해 원전건설 경험이 많은 전문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신고리 1, 2호기의 박윤정 총소장은 “현대건설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사람”이라며 “꾸준히 30년 넘게 원전 시공을 해 온 결과 해외에서도 탐낼만한 뛰어난 인재를 보유하게 된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