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대항해 시대] (1부-15)(하) 지식재산 서비스 산업 육성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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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북미, 유럽에서 한국 기업은 ‘포켓 머니’로 불렸다. 외국기업의 잦은 특허 침해 소송에 막대한 비용을 지급해왔기 때문이다. 당시에 우리 기업은 지식재산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했기 때문에 소송에 지레 겁먹고 고개를 숙이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은 체계적인 지식재산 시스템을 구축해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지식재산 서비스에 대한 국내 기업의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영세한 규모와 수익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LG, 현대 등 국내 대기업은 매년 막대한 돈을 해외 지식재산 서비스 업체에 지불하고 있다. 지식재산 서비스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비용 문제를 떠나 지식재산 서비스 부문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 너무 척박한 환경에 있는 국내 지식 서비스 산업

국내 지식재산 서비스업의 문제는 외부 기반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국내 지식재산 서비스 시장 규모가 너무 작고, 성장률 자체도 높지 않다. 2001년 일본 민간기업 시장 규모가 536억엔(5360억원)인 데 비해 국내는 2006년 835억원에 불과했다. 일본의 정보조사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시장 규모의 차이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지식재산 관련 번역 시장도 한국은 일본의 5% 규모에 불과하다. 2004년 406억원, 2005년 469억원, 2006년 532억원 규모로 성장도 느린 편이다.

국내 지식재산 서비스 산업의 낮은 성장은 정부의 지나친 민간시장 개입과 시장 위축에 대한 해결 노력 부재 때문이다.

일본은 2000년 일본특허청 특허전자도서관(IPDL)의 등장으로 100억엔 규모의 민간 온라인 지식재산 데이터베이스(DB) 시장이 위축되자 민간시장 개입을 제한했다. 이런 정부의 노력을 통해 민간 지식재산 서비스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는 특허정보원의 특허 검색 무료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대다수 지식재산 DB 업체들이 영업을 중지했다. 즉 민간 DB 시장이 정부 개입으로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은 셈이다.

지식재산 서비스기업의 낮은 수익률도 문제다. 국내에는 지식재산 서비스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표준이 없어 너무 낮은 비용이 책정되고 있다. 정부 사업도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뤄져 낮은 비용이 지급된다. 예를 들어 국내 선행 기술 조사료는 40만∼7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에 일본은 질문 항목 10개 이내의 간단한 조사에도 7만∼10만엔을 지불한다. 국내에서 대표적 지식재산 서비스 분야인 지식재산 정보 조사·분석사업은 통상 학술연구로 분류돼 낮은 사업비로 산정된다. 또 지식재산 관련 번역은 10년 전 가격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식재산 서비스 전문 인력을 양성할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지식재산 서비스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공공 교육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 지식재산 서비스 전문 인력에 대한 시장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굉장히 빈약하고 제한된 인력 풀(pool)만이 형성돼 있다. 많은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이 컨설팅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문 인력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지식 재산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부재도 문제다. 해외 기업과 달리 국내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들은 매우 영세하고 열악한 경영환경인 중소 벤처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소외돼 있다.



# 지식재산 서비스 업체들의 역량 부족도 경쟁력 약화의 주원인

지식재산 서비스 업체들의 내부 역량 부족도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내부 역량 부족은 인력 구성에서 발생한다. 지식재산 서비스 업무가 다양화되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력은 공학 전공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획일적 구조다. 그나마 공학계에서도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인력을 성장시키고, 역량을 강화시킬 프로그램도 없다.

열악한 영업구조도 문제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지식재산 기업 중 영업 조직을 가진 기업은 14.1%에 불과하다. 영업 조직 없이 인력만 두고 있는 기업을 포함해도 39.1%에 불과하다. 특허 사무소나 정부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하도급 구조다.

업체들의 사업 다각화 노력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 기업들은 번역 사업을 기반으로 온라인DB 구축, 온라인 DB 기반의 시스템 설계 및 컨설팅 사업 등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복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없어 손을 놓았다. 국내 지식 재산 서비스 기업의 60% 이상이 세 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번역 및 정보조사 등 제한된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매출 규모가 작고, 직원 수도 적어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많다.



# 지식재산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전문가들은 지식재산 서비스 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고, 서비스에 따른 비용 표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 지식재산 서비스 업체가 일반 기업들과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구축을 장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무엇보다 기업들 스스로가 내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영업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식재산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전문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일본의 사례와 같이 지식재산 서비스에 대한 민간과 공공의 역할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 즉 공공에서 제공하는 지식 재산 서비스가 민간 시장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기준을 세우는 작업이다.

지식재산 서비스 협·단체를 조직해 고객 확보, 홍보 활동, 해외 기업과의 협력안 마련, 품질 관리, 서비스 보증 등의 업무 수행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식재산 서비스업의 인식 제고를 위해 표준산업분류에 지식재산 서비스업을 독립 분류로 정하고, 기업 및 인력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수행해 정책 수립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기업, 공공연구소, 대학 등을 대상으로 지식 재산 서비스업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정기 설명회 개최도 필요하다.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식재산 서비스 자격증을 도입해 교육 유인책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퇴직한 연구인력이나 중소기업 석·박사 채용 지원을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



<박스> 지식 재산 서비스란

지식재산의 창출, 보호, 활용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지식 재산 정보의 조사·분석, 거래, 평가, 번역, 출판 , 교육, 컨설팅, 관리시스템 개발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볼 수 있다. 특허·실용신안·상표·의장 등의 산업 재산권 창출을 지원하거나 이런 권리가 체화된 상품을 가공·활용·유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정보 조사·분석 서비스는 선행 기술, 기술 정보를 제공하거나 특허맵 작성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해당 기술에 대한 정보 검색 차원을 넘어 향후 기술 트렌드 및 신제품 출시 방향까지 제시하는 수준까지 정교화되고 있다.

기술 거래·중개 서비스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및 지식 재산권을 기술성·시장성·사업성 차원에서 각각 분석해 고객사 발굴,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기술 외 시장과 사업성에 대한 객관적 근거 조사 및 평가도 포함된다.

번역 서비스는 지식 재산권의 국제 특허 출원, 국내에 출원되는 해외 지식 재산권 등을 번역하는 업무다. 명세서, 소송 관련 문서, 기술 매뉴얼 등 여러 영역에 걸쳐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스템 구축 서비스는 지식 재산권 출원, 등록, 유지, 관리의 전 부문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 및 인프라를 제공하는 업무다.

지식재산 컨설팅 서비스는 특허 자산실사를 통한 포트폴리오 관리, 특허 이전 및 사업화를 통한 수익 창출, 분쟁 대응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한다. 즉 사업 전반에 걸친 지식재산 기반의 경영 전략 컨설팅을 제공한다.

지재관리 대행 서비스는 등록된 지식 재산에 대한 연차료 납부, 관련 서류 납부 대행 등을 담당하는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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