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취재]명함 2개 c레벨이 늘고 있다

 SK그룹은 통합 KT, 통합 LG텔레콤이 잇따라 탄생하자 고민에 빠졌다. 유·무선 컨버전스 시대에 맞춰 경쟁사들처럼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SK는 고민 끝에 김인식 SK브로드밴드 사장이 SK텔레콤 기업고객부분장(사장)을 겸임하는 묘수를 찾아냈다. 김인식 사장은 이를 두고 “회사 명칭과 조직을 유지했지만, 사실상 통합효과에 버금가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명함이 2개인 최고 임원(C레벨)들이 늘고 있다. 정보기술(IT) 컨버전스로 비즈니스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양쪽을 잘 아는 ‘멀티플레이어 리더십’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명함이 2개인 C레벨은 일단 금융권에서 두드러진다. 김흥운 KB국민은행 CIO(부행장)은 KB금융지주 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조봉한 하나아이앤에스 사장은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은행 부행장 등 명함이 무려 3개나 된다.

 금융서비스가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으로 진화하는 등 IT 컨버전스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은 지난 2∼3년간 금융지주 체계로 재편이 가속화하면서 은행 CIO에 전체 그룹의 CIO를 맡기는 추세다. 금융그룹 내 기존 IT환경을 잘 알고 있을뿐 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은행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융그룹 계열 IT서비스 업체 대표 대부분은 계열 은행 출신이 맡아 금융분야 전문성을 보완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변명섭 DK유엔씨 대표가 동국제강 CIO를 겸임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국제강그룹 통합구매 전략을 주도하면서 그룹내 ‘IT 컨버전스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전통 무역업에 IT영역을 합병한 코오롱글로텍을 출범시킨데 이어 지난해 인사에서는 박동문 코오롱글로텍 사장을 코오롱아이넷 사장을 함께 맡도록 했다. 두 회사가 무역·IT유통 등 비슷한 사업을 펼치는 만큼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려는 포석이다.

 효성그룹도 비슷하다. 스토리지 업체 효성인포메이션 류필구 사장은 2005년부터 금융자동화기기(ATM) 업체 노틸러스효성의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류 사장은 효성 정보통신PG장도 겸해 그룹 차원의 IT 부문 시너지 효과도 꾀하고 있다.

장지영·이호준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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