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 늘려 OLED 등 신사업 강화
LG디스플레이가 당초 예정했던 투자금액인 4조원을 40% 가까이 늘린 5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쟁사들이 투자에 주춤할 때 투자 규모를 최대한 끌어올려 1위 탈환은 물론 대만 기업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도 놀랄 만한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그만큼 시장 확대에 대한 비전과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1분기 실적도 사상 최대를 기록한 만큼 실탄도 충분하다. 연말까지 디스플레이·반도체 수요가 탄탄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까지 감행한 국내 기업들의 압도적은 경쟁력 우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하이닉스도 1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치킨게임의 ‘승자효과(Winner effect)를 실적으로 증명한 셈이 됐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22일 실적발표회에서 “내년 하반기 중에 월 8000장(730x920㎜ 유리기판 투입기준) 규모의 OLED 생산 시설을 확충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약 2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OLED 투자 확대를 공식화했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부터 월 4000장 규모의 OLED 라인을 가동한 뒤 이번 증설을 통해 월 1만2000장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AM OLED 점유율도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21일 파주 디스플레이클러스터 내에 7270억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 건물을 건설키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11세대 혹은 8세대 투자를 감안해 미리 짓는 것이다. 이외에도 태양전지용 파일럿 생산라인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올해 투자키로 예정했던 4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5조5000억원 규모로 투자가 늘어나게 됐다. 권 사장은 “8세대 라인의 수율과 품질 등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늘어나는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내달 가동을 시작하는 P8E 등의 램프업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에 역대 1분기 사상 최대인 5조8763억원의 매출과 78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연결기준)의 경우 분기 매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5조9051억원)보다 소폭(0.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3132억원)보다 152% 증가한 수치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하이닉스반도체(대표 권오철)도 1분기 매출 2조821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990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이 28%로 전분기(25%)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를 제외한 메모리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메모리의 견조한 수요 증가와 D램 판매 수량 및 가격 상승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메인 메모리 제품 중 60%에 도달한 DDR3 제품의 비중을 올해 말까지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1분기 한자리수에 불과한 40나노급 제품 비중을 4분기 4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30나노급 제품의 연내 개발을 완료해 후발업체와의 경쟁력 격차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윤혁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LCD 업체들이 작년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및 고객 기반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경기 회복 국면에서 최대 수혜를 얻고 있다”며 “하반기까지 반도체·LCD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업체들의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양종석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