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AM OLED운명, 삼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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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소니는 휴대정보 단말기(PDA) 마니아들을 열광시킨 작품 하나를 선보였다. ‘클리에 VZ90’이라는 이 제품은 금속성의 날렵한 외관에다 스크린 창의 180도 회전, 고화질 카메라 장착 등 PDA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소비자들을 더 열광시킨 것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거의 처음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LCD와 비교해 뛰어난 색감과 자연스러운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었던 AM OLED의 도입은 90만원을 호가했던 클리에의 성공을 예감하게 했다. 그러나 소니는 이듬해 PDA 시장에서 철수했다. PDA가 휴대폰에 밀려 시장이 계속 줄어든데다 소니와 도요타의 합작사인 STLCD의 AM OLED 생산도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STLCD의 AM OLED 수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6년이 흐른 지금 AM OLED는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다. PMP·휴대폰에서 AM OLED를 화면으로 사용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사실상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중소형 디스플레이 합작사인 SMD는 창업 1년 만에 AM OLED 시장을 석권했다.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수율 역시 LCD에 근접한 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전용 장비가 없다’ ‘재료 신뢰성이 없다’ ‘공정이 어렵다’ 등 AM OLED 비관론을 하나씩 잠재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AM OLED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기술적인 난관은 극복했지만 고가의 저온폴리(LTPS)를 사용하는 구조로 인한 가격 경쟁력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

 4세대에서도 그랬듯이 5.5세대 전용 장비의 신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걸림돌은 삼성이 AM OLED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의 모든 사업이 그랬듯이 삼성전자는 남이 먼저 개척한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어 양산 기술력과 과감한 투자를 감행해 추월하는 방식의 승리 전략을 펼쳐왔다. LCD는 샤프, PDP는 마쓰시타가 본보기였다. AM OLED는 삼성의 승리 공식에서 벗어난 첫 제품이다. 앞서가는 자가 없기 때문에 좌표를 설정하기가 더 어렵다. 보수적인 예측치이지만 LCD 시장은 앞으로 5년간 거의 한 자릿수 초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LCD TV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하겠지만 매년 수십퍼센트씩 떨어지는 가격으로 인해 전체 시장 규모는 정체된다는 것이 시장조사기관의 설명이다.

 결국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초점이 모인다. 물론 LCD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앞으로도 적지 않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AM OLED에 기반을 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쟁자마저 없는 AM OLED의 운명은 삼성에 달려 있다. 현재에 안주할지, 새로운 도전을 감행할지는 삼성의 몫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는 이건희 회장의 말이 새롭다.

유형준 반도체·디스플레이팀장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