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하는 작태를 도저히 못 봐주겠다. 부하들도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 누군가 한 사람은 총대를 매야겠다 싶었다. 반대의견이나 건의할 바가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라고 누누이 강조했던 끝이라 어렵사리 손을 들고 몇마디 말을 했다. 뭔가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속은 후련했다. 하지만 뒷감당은 씁쓸했다. 당장은 주의깊에 듣는 것 같더니 아주 우회적으로 업무적 불이익을 준다. 탁 까놓고 묻기도 애매한 상사의 은근한 보복에 억울하고 황당하다. 괜히 나섰다.
알면서도 안하고, 모르지 않지만 하게 되는 일이 있다. 나약한 인간의 사사로운 감정은 그렇게 쉽사리 제거되지 않는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감정에 휘둘리고 뒤에서 꽁할 수 있다. 리더의 리더답지 못한 행동을 억울해 할 만큼 우리는 부하다운가. 우리는 너무나 리더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환상을 갖고 있다. 리더는 경력이 다르고 직무가 다른 동료일 뿐이다. 그러려니 하고 다음부터는 어떻게 좀더 지혜롭게 의견을 나눌지를 고민하자. 리더에게 공개적으로 정색을 하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건의를 한다고 느껴지기 보다 지위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진다. 비공식적으로 사적인 자리에서 살짝 귀띔해 주듯 하자. “다 아시겠지만, 아까 회의 때 ∼ 한 점은 좀더 보완이 되면 좋겠더라구요. 그냥 제 느낌이긴 합니다만∼” 이라고 지나가듯 말하는 것이 후환이 없다. 물론 이렇게 해도 안 고치는 리더가 있다. 하지만 그 리더는 공개적으로 까발려도 안 고칠 확률이 높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연연해 하지 말고 훌훌 털자. 어쩌면 리더는 그 사안과 무관하게 의사결정을 했을 뿐인데 혼자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보복인지 기회인지는 스스로 잘 푸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괜한 공상하며 소설 쓰지 말고 보복성 조치를 뜻밖의 성과로 반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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