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소, 내년이면 바닥난다

IT성장 저해 우려…IPv6 전환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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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주소 자원이 사실상 내년 상반기 고갈된다. 스마트폰·e북 등 인터넷 주소가 필요한 정보통신기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인터넷 주소체계(IPv4) 주소 자원이 빨리 소진돼 당초 예상보다 1년 정도 앞당겨졌다. 그러나 차세대 주소체계(IPv6)의 준비는 미흡하기 짝이 없어 IP기반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7일 정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은 올해 예상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주소 할당 요청은 2800만개로, 이 같은 추세라면 IPv4에 기반을 둔 인터넷 주소체계가 내년 상반기에는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2월까지 할당된 IPv4 주소만도 427만개다. 2008년에는 780만개, 지난해엔 1100만건의 주소가 할당됐다.

정부는 최근 급증하는 주소 할당 요청은 스마트폰 보급과 유무선통합(FMC) 등 인터넷 환경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IPv4는 43억개의 유한 주소 자원이 있지만 세계적인 인터넷 주소 증가로 인해 쓸 수 있는 주소가 8%밖에 남지 않았다. 할당된 양에 비해 수요는 큰 우리나라에서는 더 빨리 고갈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앞으로 스마트폰 이용 증가나 사물 간 통신 등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가 늘어나면 IPv4 체계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며 “주소 자원의 고갈로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 인터넷 산업 전체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 정부나 업체가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은 IPv6다. 그러나 IPv4만 지원하는 네트워크 장비가 많은데다 주소 고갈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은 몇 년 전부터 IPv4와 IPv6 겸용 장비를 공급하지만 기존에 깔린 네트워크(IP) 장비의 대부분은 IPv4만 지원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IPv6’ 주소 할당도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정책 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김윤정 KISA IP팀장은 “국내 주소 할당의 대부분을 차지한 KT, SK브로드밴드, 통합 LG텔레콤 업체들뿐 아니라 다양한 업체들로부터 올해 들어 주소 할당 요청이 급증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도 IPv6에 심의위원회 회의 내용이 보고된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IPv4주소 신규 할당 중지에 따른 IPv6 연착륙 전략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당초 2012년으로 예측한 IPv4주소 신규 할당이 조기 중단될 것으로 예상하고 할당 중지 시점 후에도 방송통신서비스를 안정적인 운영될 수 있도록 범국가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방통위 홈페이지에 잔여 IPv4주소를 게시해 IPv6 준비 필요성 홍보하고 IPv6 도입이 늦어질 경우를 반영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인 김동욱 서울대 교수는 “스마트폰 등 환경 변화에 대비한 IPv6 주소 체계로의 전환 준비가 필요한 시졈이지만 “공공기관, ISP, 관련 장비 업체 등이 고갈 시점에 대비한 준비에 나서야 하지만 방통위 내 산적한 과제들로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규호·이동인기자 khsim@etnews.co.kr

◇용어설명

IPv4 -주소체계는 총 12자리며 각 부분은 0∼255까지 수로 표현된다. 총주소 개수는 43억개 정도다.

IPv6 -4자리를 콜론(:)으로 구분하여 16진수로 표기한다. IPv6주소는 무한대에 가까운 주소를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넷 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