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컴퓨터도 수학과 출신이 개발했듯이 수학과에서 컴퓨터 보안동아리가 결성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박진수 인하대 수학과 보안동아리 MOD777 회장은 “수학 전공자들이 모여 보안 공부하기가 더 좋은 점도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990년 수학과 내 컴퓨터 학회로 출발한 이 동아리는 2000년 동아리 이름을 MOD777으로 바꾸며 보안동아리로 탈바꿈했다. 개방형 운용체계(OS)인 리눅스에서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뜻을 가진 명령어 777에서 따온 동아리명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만큼 컴퓨터를 조심해서 쓰자는 취지로 정했다.
박 회장은 “수학과에서 배우는 암호론은 컴퓨터 보안이론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게 해준다”며 “컴퓨터공학과 출신에 비해 알고리듬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고 직접 알고리듬을 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개인정보유출을 막기위해 정부기관 및 기업에서 도입하는 데이터베이스(DB)암호화 솔루션에도 암호화 알고리듬이 필수 요소다.
수학으로 기초를 다진 회원들은 동아리에서 전문적인 컴퓨터보안 지식을 익히고 실제에 적용해본다. 박 회장은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 선배들이 C언어, C++언어 등 기본적인 컴퓨터 이론을 가르치고, 신입 회원과 선배가 짝을 이뤄 정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며 “올해는 스마트그리드나 증강현실 등 첨단기술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했다”고 말했다. 윤진순 전임 회장(25)은 “수학과 필수 과목인 컴퓨터 과목 성적만 유달리 뛰어났다”며 “그때부터 혼자 컴퓨터 공부하다 동아리에 들어와 보안 분야에 점점 빠져들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동아리를 이끈 지난 해에는 컴퓨터의 방문기록인 ‘로그’ 패턴을 분석해서 침해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무선네트워크 사용이 늘어남에따라 로그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흐름을 파악하고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올해는 스마트그리드, 스마트워터, 스마트폰 등 최신 정보기술(IT)에서 나타나는 보안위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얼마전 신입생을 대상으로 스마트IT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한 강슬규 회원(25)은 “새롭고 편리한 기술이어서 무작정 좋다고 바라보기 쉬운 데 보안 위협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안동아리인만큼 경각심을 인식하고 예방할 보안 대책을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MOD777은 지난 2000년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대학동아리 정보보호 활동지원 사업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그 동안 이 사업에 참여하며 ‘로그파일 분석을 통한 역추적 시스템’ ‘서비스거부(DoS)·분산서비스거부(DDoS)공격분석 및 공격 툴’ ‘로그파일 분석을 통한 침입 탐지 시스템’ 등의 연구를 진행, 실력을 인정받았다. MOD777 출신 회원들은 현재 안철수연구소와 롯데정보통신 등 국내외 유수의 보안기업에 진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