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지경부 고위급 인사를 앞두고

 지식경제부가 고위급 인사로 술렁인다. 지난 2월 행정고시 26회를 주축으로 주요 국장직 16명을 교체한 데 이어 본부에 남은 1급 두 자리와 그에 따른 국장석 이동이 잇따라 예정됐기 때문이다.

 차관 승진으로 빈 산업경제실장과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 파견으로 공석이 된 기획조정실장이 대상이다. 여기에 관행으로 볼 때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특허청장 자리까지 포함하면 차관급 한 자리와 1급 두 자리의 연쇄 인사가 필요하다. 군대 계급으로 따지자면 ‘별’로 비유되는 1급 자리와 하늘도 모른다는 차관급까지 인사 수가 생겼으니, 밑의 사람은 자기 위에 누가 올지, 윗사람은 자기는 어떻게 될지 조바심이 말이 아닐게다. 실력과 함께 ‘관운’의 정점을 향해 달리는 당사자는 물론 지경부내 관심사다.

 지경부는 우리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부처다. 지경부 인사는 그만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산업 육성과 진흥의 막중한 임무가 지워지는 자리인 만큼,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업계 분위기를 살릴 수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세계적 불황과 침체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빠져나왔다. G20 의장국으로서 경제 회복 만큼은 다들 남들이 부러워하는 수준을 달리고 있다. 마침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두 달 연속 20억달러 흑자를 넘어섰고, 수출액은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경제 회복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실물 산업이다. 산업이 신명나게 돌고, 제대로 안도는 곳이 있으면 손질을 가해 잘 돌도록 해야 경제 회복세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지경부 고위급 인사는 설산을 오르는 등반대로 따지자면, 지휘 캠프를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눈덮인 골짜기를 오르는 등정 대원(각 산업군)은 자신이 처한 위치와 주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알 수 없다. 지휘 캠프에서 전체 루트를 조망하고, 갖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과 진로 개척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때론 직접 빙벽을 기어 오르는 도전에 기꺼이 나설 수 있어야 등반대 전체(국가 산업)의 정상 등극이 가능할 것이다.

 지경부도 이 정부와 함께 출범 2년 2개월을 맞았다. 그동안 의욕에 찬 종합 대책과 진흥 방안, 육성 계획 등 굵직한 발표들을 쏟아냈다. 간혹 ‘이렇게 많은 걸 어떻게 다 하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새 초대형 부처로서 당연한 자세라고 할 수도 있다. 이제 알맹이가 얼마나 여물었는지, 솎아낼 것은 없는지, 어떤 가지에 기를 몰아줄지 점검해 봐야 한다.

 정권이 선거 등의 형태로 집권기간에 중간평가를 치르듯, 정부부처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경부도 그동안 진행됐던 일련의 정책과 방향이 제대로 산업계에 작용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차분하게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 다음 새 진용을 꾸려, 자신감을 갖고 뛸 수 있는 환경을 깔아줘야 한다.

 모두가 만족하는 인사는 결코 없다고 한다. 그래도 최선의 인사 방안을 묻는다면, 확실히 답할 수 있다. 적어도 지경부만큼은 “산업계를 위하는 인사가 정답”이라고.

이진호 산전부품팀장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