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SW 산업의 글로컬라이제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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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이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국내 SW 산업 육성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함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과거에도 국내 SW 산업 육성의 필요성은 항상 제기돼 왔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설립 등 다양한 정부정책도 개발, 추진돼 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천년이 시작된 지 10년이나 지난 현재 새삼스레 새로운 SW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과거 정책에 문제가 있었거나,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돌이켜보면 IT 관련 정부 정책은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TDX개발 사업, 반도체 개발, 행정전산망사업과 전자정부사업, 초고속망 사업 등이 그래왔다. 또 이들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왜 유독 SW 육성 정책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까.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나 수준 면에서 아직 SW산업이 만개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나라 경제발전 단계는 아직 제조업 위주인 2차산업 단계지, 서비스 산업이 중요한 3차산업 단계엔 도달하지 못했거나 진입단계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서비스 산업은 제공 서비스의 질과 브랜드 가치 즉, 소비자 만족도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문제는 이 소비자 만족도라는 것이 매우 주관적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주관성이 인정되고 통용되는 토양에서만 서비스 산업이 번성할 수 있다. 객관적인 가격이 중요시되는 제조업적 사고방식으로는 명품과 비명품 간에 수십, 수백배 가격차이가 나는 것을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에 유일하게 단기간에 제조업을 일으킨 나라다. 자동차, 철강, 조선, 중화학 공업에서 수많은 성공 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공 신화가 제조업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서비스 산업 육성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같아 매우 안타깝다. 고착화된 제조업적인 사고방식과 각종 규제들은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토양을 황폐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SW 개발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부 발주 SW 개발 용역의 단가가 특급, 초급 등 기술수준에 따라 사전 지정한 정부 책정 단가에 목매단다면 이 얼마나 제조업적인 발상인가. 대기업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중소 SW개발기업은 적정한 용역단가는 고사하고 하도급받은 사실에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라면 어떻게 세계적인 SW를 개발할 수 있겠는가. 또 어느 우수 인력이 SW 개발에 뛰어들려고 하겠으며, SW 산업이 육성되겠는가.

 그러나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국민 소득 수만달러 시대를 달성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SW 산업의 육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식의 규제 철폐와 서비스 산업 여건조성에 초점을 둔 SW 산업 육성정책이 마련돼 국내 SW 기업과 인재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물론 무분별한 규제 철폐로 인해 걸음마 단계인 국내 SW 산업이 외국 유명 기업들에 고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Globalization과 Localization의 합성어) 정책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김준형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장 jhkim@kh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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