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학과 연구자의 연구개발(R&D) 성과를 판단하는 최우선 기준으로 SCI논문 게재를 강조해온 국내 연구성과 평가제도의 관행이 깨질 전망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성균관대학교(총장 서정돈)가 올해부터 교수 업적평가 시 일정 금액 이상의 기술이전 성과를 SCI 논문보다 더 높은 실적으로 반영하기로 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 중이다. 이를 통해 국제특허 등록은 SCI 논문과 동등한 실적으로, 국내 특허등록도 SCI보다 수록잡지가 2000여종 더 많은 SCI Expanded(Web DB)와 같은 급의 성과로 평가할 예정이다.
적용 대상은 정보통신공학부·공과대학·약학부·생명공학부 등 실제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4개 분야다. 특허등록이나 기술이전보다 연구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는 기초과학분야는 이전처럼 SCI논문 게재 성과를 최우수 실적으로 반영한다. 응용학문과 기초학문을 구분짓고 평가 방식 간 차이를 둬 업적 평가가 형평성을 갖도록 한 것이다.
성균관대의 새로운 업적평가 기준 개선안은 연구뿐만 아니라 ‘산업 원천기술의 보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학의 역할을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다른 대학으로의 확산과 함께 그동안 투자에 비해 실적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학 R&D가 산업과 더욱 밀접하게 연계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간 BK21 2단계 사업 등 일부 국책사업에서 교수업적 평가기준에 연구비 수주액·연구 성과의 기술이전·산학교류 실적 등을 연구논문보다 높게 반영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국내 개별 대학에서는 산학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적평가 반영 비중이 낮았다. 또 주로 대학 본부 차원이 아닌 단과대학 차원에서 업적에 반영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성균관대 도입 예정인 평가 방식은 학교 차원에서 특정 응용학과를 지정, 특허와 기술이전 성과를 SCI논문 실적과 수준을 맞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15억원의 기술이전 성과를 거둔 성균관대는 이번 업적평가 기준 개선으로 올해 더욱 높은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이영관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장은 “응용학문 분야는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 어떻게 사용되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개선된 업적 평가 지표를 통해 교수들의 기술 이전 및 특허 등록이 상당히 활발해지고, 공대가 위치한 수원 고색산업단지와 산학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성균관대 교수 업적평가 개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