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가 겉돌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기업은 현대중공업, 삼성, LG를 비롯해 한화케미칼·웅진·SK·미리넷·신성홀딩스·코오롱 등 모두 9곳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현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수직계열화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현대중공업조차 올해 잉곳·웨이퍼 분야 투자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삼성석유화학과 LG화학이 담당하기로 한 폴리실리콘 투자를 유보하고 있으며, 한화케미칼도 폴리실리콘 투자를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웅진은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에 투자하고 있기는 하지만 협력사인 미국 선파워에 셀과 모듈 생산을 의존하고 있어 수직계열화를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성홀딩스도 잉곳·웨이퍼를 위탁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이밖에 SK와 미리넷, 코오롱의 수준은 기대에 많이 모자란다.
수직계열화가 부진한 원인은 시장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축소되면서 국내 시장이 얼어붙었고, 세계 시장도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이렇다 할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20조원 규모의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은 LCD 모듈(90조원), 반도체 소자(150조원) 시장과 비교해보면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파이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기는커녕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20㎿ 태양전지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밝힌 LG전자는 아직 투자를 확정하지 못했고, 삼성전자도 공장 증설 계획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도 수직계열화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다보니 우리나라 업체들은 도저히 원가 경쟁이 되지 않는다.
폴리실리콘 수급 상황이 좋아지면서 수직계열화의 이점도 줄어들었다. 지난 2006∼2008년 폴리실리콘 공급이 부족하던 시기에는 수직계열화가 안정적 원료 공급과 원가절감의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폴리실리콘 공급이 크게 늘어나 가격까지 급락한 지금 태양광 기업들은 굳이 수천억원을 들여 투자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의 안정적 공급으로 태양광 산업의 분업화가 정착돼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편, 강희찬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국내 시장이 좋지 않아 올해 많은 업체들이 수출로 전환할 것”이라며 “미국이나 일본 시장 등을 겨냥해 작년보다 투자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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