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미디어그룹 월트디즈니와 미국 케이블TV사업자 케이블비전시스템스 간 TV 프로그램 재전송(retransmission) 가격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월트디즈니는 케이블비전 가입자 1인마다 매월 1달러씩을 재전송 요금으로 내놓으라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7일(현지시각) 밤 자회사 ABC-TV로부터 케이블비전에 제공될 예정이던 제82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 방송신호를 차단했다.
뉴욕의 300만여 케이블비전 가입자들은 이날 지상파 ABC-TV를 직접 수신하거나 다른 유료 케이블TV사업자를 통해 아카데미상을 시청해야 했다. 이러한 케이블비전 시청자의 아카데미상 시상식 블랙아웃(blackout·암전) 현상은 뉴욕의 롱아일랜드, 웨스트체스터, 브루클린, 브롱크스뿐만 아니라 코네티컷과 뉴저지 일부 지역까지 일어났다고 블룸버그 등이 전했다.
월트디즈니는 케이블비전의 아카데미상 시상식 블랙아웃 조치에 앞서 ABC 자회사인 WABC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디지털 안테나 등을 이용해 무료 방송신호를 수신하라고 알렸다. 케이블비전은 방송신호 재전송 가격과 관련한 월트디즈니의 제안과 블랙아웃 조치에 특별하게 대응하지 않아 두 회사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조짐이다.
ABC는 케이블비전과 ESPN 등의 방송신호 재전송 요금으로 1년에 4000만달러(약 454억원)을 요구했으나 아직 관철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의 파이오스(FiOS) TV서비스가 이미 뉴욕 지역 케이블비전 가입자에게 ‘월 시청료 75달러 할인’을 제안하기 시작하는 등 케이블비전이 궁지로 내몰리는 모습이다.
존 케리 민주당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은 “두 회사 다툼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방송신호를 복원할 길을 찾으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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