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Review]아날로그반도체- 메모리 시장 맞먹는 `감성 디지털`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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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디지털기기의 성패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되는 닌텐도의 위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보다 하드웨어 성능이 부족한 게임기였다. 그러나 신체를 이용하게 만든 독특한 인터페이스로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사람의 신체를 디지털과 일체화해 세계인을 열광시켰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아날로그의 종말로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공존, 발전하고 있다. 오히려 아날로그의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보고 말하고 듣는 역할을 대신하는 부품들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 아날로그반도체가 바로 그것이다.

 ◇디지털의 눈과 귀, 아날로그반도체=아날로그반도체란 무엇일까. 글로벌 아날로그반도체기업인 내셔널세미컨덕터 최충원 지사장은 이렇게 정의했다. “사람의 뇌가 디지털반도체라면 아날로그반도체는 사람이 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눈과 코, 귀”라고.

 반도체는 크게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연산·제어 기능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 중앙처리장치(CPU),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디지털신호프로세서(DSP) 등 디지털화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반도체다.

 반면에 아날로그반도체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빛·소리·압력·온도 등 자연계의 각종 아날로그 신호를 CPU 등이 인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신체 감각에 해당하는 인지·인식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대로 디지털 신호를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것도 아날로그반도체의 기능이다.

 구체적인 제품으로 △전원 공급 및 제어 기능을 하는 PMIC(Power Management IC) △오디오 앰프 칩 △LED 구동 칩 △교류와 직류를 전환시켜주는 AC-DC 컨버터 △DC-AC 컨버터 △모터 구동 칩 △고주파(RF:Radio Frequency) 반도체 등이 있다.

 ◇아날로그반도체의 산업적 가치=아날로그반도체는 휴대폰, 가전, 자동차, 의료기기, 각종 OA기기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자연(아날로그 세상)과 기계(디지털 세상)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쓰이는 곳, 즉 수요처가 많다 보니 관련 시장 규모도 크다.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아날로그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450억달러에 이른다. 무려 51조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470억 달러)과도 맞먹는 규모를 자랑한다.

 게다가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길어 격변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훨씬 안정적이란 매력을 지니고 있다. TI·내셔널·맥심·산켄 등 상위업체는 20∼50%의 영업이익률을 거둘 정도다. 진입 장벽도 높아 일단 시장을 선점하면 장기간 선두권 위치를 영위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대표적 예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다. 인텔과 함께 미국이 자랑하는 반도체회사인 TI는 2008년 125억달러(약 14조원)의 매출을 올려 인텔·삼성전자·도시바에 이어 세계 4위 반도체업체가 됐다. 1980년대 메모리(D램)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부가가치가 높은 아날로그반도체에 주력하면서 거둔 성과다.

 ◇우리 현실은=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임을 자부하지만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다. 그러나 아날로그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불과 2%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불균형한 산업구조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특히 대표적인 아날로그반도체인 PMIC의 경우 국내 시장 규모가 연간 21억달러에 달하는데도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은 극히 소수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아날로그반도체의 높은 시장 진입 장벽 그리고 메모리에 편중된 인력 등 많은 한계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핵심 기술 인력과 검증된 생산 인프라의 경쟁력을 갖추면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경순 한국외대 공과대학장은 “동부하이텍 같은 대기업이 이미 아날로그반도체에 특화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제조 공정을 갖춰 나가고 있어 설계와 제조가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을 모아 힘을 합치면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중휘 인천대 멀티미디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아날로그는 디지털과 같은 표준이 없기 때문에 강소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는 충분한 분야”라며 “메모리쪽에 쏠려있던 인력 수요도 아날로그반도체 쪽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건일·오은지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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