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백이다. 전문 분야는 기획인데 영업도 하고 홍보도 하고 마케팅도 하다가 사무실에 돌아오면 밤새워 개발팀과 씨름한다. 딱히 회의 때 발표할 만큼 변변한 일도 아니면서 매일 여기저기 발 걸치고 얼굴 비쳐야 한다. 남이 다 못한 일들을 대타 치고, 터진 일들을 수습하는 게 전공이라면 전공이다. 차라리 내 전문 분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 이를 악물겠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뒤치다꺼리하느라 바쁜 것 같아 더 억장이 무너진다.
요즘 어떤 연예인은 본업이 가수인지 개그맨인지 연기자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버라이어티 쇼에 나와서 개인기를 하다 떠서 그런지 아직도 가수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가수지만 야구를 하고, 연기자지만 노래도 한다. 경계가 모호해지고 분야가 흐려졌다. 회사에서도 초반에는 경계와 분야 없이 가리지 않고 나를 탐색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 일이라는 게 유기적으로 얽혀있어 타 분야 지식도 바탕에 깔려 있어야 맥락을 잡고 일할 수 있다. 물론 문어발식으로 이발 저발 담그고 있기는 하나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다면 그것도 문제다. 하지만 개인기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웃기기도 잘하면서 노래를 잘해야 가수로 뜰 수 있는 세상이다. 회사 역시 전문가를 필요로 하나, 그 전문가가 다른 영역까지 모두 잘해주길 기대한다. 어느 구름에 비 고여 있을지 모른다. 회사를 위해 휘둘리지 말고 나를 위해 탐색하자. 회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대타 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전문 분야를 위해서 또 다른 시각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력서 한 줄을 자랑스럽게 장식하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프로젝트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도 중요하다. 화려한 프로필 못지않게 내가 실제 보유한 경험과 능력이 화려해야 한다. 누구나 한 우물을 깊게 파고 싶다. 그런데 깊게 파려면 웅덩이 입구는 자연스레 넓어진다. 지금은 깊어지기 위해 넓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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