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IO칼럼 - 현업부서와 기술이 아닌 소통으로 공감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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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7월 7일 ‘분산서비스거부(DDoS) 대란’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던 때의 일이다. 경영진에 관련 사항을 직접 보고하기 위해 실무자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하게 되었다.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된 후 7개월 동안 IT 견문을 넓히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당시 보안전문가인 담당자의 설명은 너무 전문적이라 이해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다른 담당자가 ‘병목현상’을 응용해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 경영진의 이해를 돕고 다양한 내용의 대책을 보고할 수 있었다.

그렇다. ‘그들만의 세계’, ‘그들만의 언어’ 속에 이방인인 듯한 필자는 현업 출신의 CIO다. 현업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IT세상으로 들어온 지금도 여전히 벽을 느끼고 있다. 바로 그게 소통의 벽이다.

최근 IT조직을 비즈니스 성과 관점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현업 출신의 CIO가 늘고 있다고 한다. 현업 출신 CIO라면 대다수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CEO를 비롯한 경영진, 현업 실무자들은 어떨까? 모르긴 해도 현업 출신의 CIO보다 소통의 벽을 느끼는 것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겠지만 현업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으로 인한 IT부서의 소통 부재가 점차 기업의 내부 문제로 인식이 심화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소통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상호 간 이해를 위한 노력 부족’이라고 본다. IT 담당자는 담당자대로 현업 실무자들은 실무자대로 자신들만의 생각과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특히 정보화 투자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 중 현업과의 이견 조율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더 많이 겪게 된다.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가 IT없이는 불가능한 시대가 된 지도 오래다. IT부서의 정보화 사업이 현업의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나 최근 보도에 따르면 IT 투자대비 성과에 대한 현업의 만족도가 15% 정도라고 하니 참으로 충격적인 평가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IT부서의 역량을 제대로 현업에 전달하지 못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IT부서는 비즈니스에 제공하는 IT혜택을 비즈니스 언어로서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농협의 사례를 보면 2007년과 2008년에 거쳐 급격한 금융거래 등 전산업무 처리 증가로 분기 말 결산시나 고객거래 폭주시 일부 거래의 제한이 불가피했다. 초당 거래건수가 2000건을 넘겨서는 안 되는 노후한 시스템이 원인이었다. 이에 농협은 차세대시스템인 ‘신용신시스템’을 2009년 1월 28일 개통하였으며 개통 초부터 현재까지 초당 거래건수 3700건, 일거래 1억2000만건을 거뜬히 처리하고 있다.

IT로서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현업은 그렇게 대단한 성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신용신시스템을 가동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거래제한 등으로 불편했던 과거의 기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현업에서 느낄 수 있는 성과는 업무처리에 대한 개선사항 정도겠지만 이것도 사실 손에 익숙해지면 그만 아닌가. 이러한 괴리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업과 IT부서 간의 이해와 배려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업에서는 IT를 단순 지원조직이 아닌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하고 IT조직 또한 현업에 먼저 다가가고 비즈니스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화 전략을 보다 쉽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비용절감의 압박을 크게 받고 있는 경영환경에서 IT조직이 현업과의 유기적인 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양자가 서로 지혜를 모으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노력의 밑바탕에는 최신의 IT기술과 전문용어로 도배된 사업전략이 아닌 협업과 협조를 위한 긴밀한 의사소통 능력이 기반이 돼야 한다. IT직원 각자가 전문역량과 더불어 비즈니스 이해도를 높이고 비즈니스 언어를 능숙히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열린 자세로 현업부서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하고 함께 현안을 해결해 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국내 CI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IT와 비즈니스의 협력을 꼽았다고 한다. IT부서가 단순히 기술만을 다루는 부서에서 탈피하여 끊임없는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부문을 선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할 때 진정한 IT의 위상을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지름길이라 생각된다.

IT조직이 한발 앞서 현업과의 소통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IT조직은 누구나 필요로는 하지만 고마움을 모르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즉, IT조직이 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 IT만의 언어가 아닌 현업의 언어로 보다 적극적으로 현업에 다가가야 한다는 말이다.

kimilh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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