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웹2.0이 우려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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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작가·사상가·기자가 될 수 있는 웹2.0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단어가 됐다. 블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트위터 등의 확산으로 누구나 쉽게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고 습득할 수 있고 여론을 이끄는 리더도 될 수 있는 시대다. 토머스 홉스, 존 로크, 루쉰 등 근대 사상가들도 웹2.0시대에 산다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단언하자면 ‘아니다’가 답이다. 웹2.0 신봉자들은 온라인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웹2.0은 전문가를 가장한 아마추어만 양성하며 전문가를 고사시킨다.

 웹2.0에선 미성년자나 박사 소지자가 모두 평등하다. 전문가들이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얼마나 자극적으로 재미있게 썼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밤새 연구하고 발로 뛰는 전문가들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웹2.0은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검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왜곡된 정보가 게이트키핑 없이 올라오고 순식간에 전파되어 어떤 것이 진실된 정보인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수많은 자료 수집과 게이트키핑, 수정을 거쳐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전통 미디어의 정보접근 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웹2.0이 자랑하는 익명성은 신뢰를 떨어뜨린다. 익명으로 인한 거친 표현과 명예훼손도 문제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글쓴이의 배경과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통 미디어는 실명을 밝히기 때문에 독자들은 기고자의 직업과 나이 등을 충분히 고려해 글을 읽는다. 익명의 글은 이러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 결국 불순한 의도를 갖고 쓴 글도 ‘불편부당’한 것처럼 위장될 수 있다.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웹 2.0은 민주적이라고 한다.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전통 미디어보다 더 자본의 힘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 게이트키퍼가 없는 상태에서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콘텐츠가 여과 없이 이용자에게 전해지고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 특정 업체에게 유리한 질문과 댓글을 동시에 달아주고 수백만원대의 돈을 받는 ‘댓글 알바’의 예에서 잘 알 수 있다. 이들은 지식공유 서비스에 올라오는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다. 이런 환경에서 진실은 설 자리를 잃는다.

 과거 실리콘밸리에서 닷컴 기업을 운영했던 앤드류 킨은 저서 ‘구글, 유튜브, 위키피디아, 인터넷 원숭이들의 세상’에서 오늘날은 아마추어가 숭배받는 아마추어컬트시대며, 인터넷 원숭이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웹2.0을 비판했다. “디지털 세상에는 픽션에서 진실을, 광고에서 진짜 콘텐츠를, 잘못된 생각에서 적법한 정보를, 그리고 명백한 사기를 가려내주는 게이트키퍼가 없다. 누가 역사를 다시 쓰려 하고, 소문을 사실로 전파시키려 하는 블로그 세상의 거짓을 지적할 것인가?”

 이제 세상은 웹2.0의 다윗 군단에 맞설 골리앗을 필요로 하며 그 주인공은 전문성으로 무장한 전통 미디어가 될 수밖에 없다. 편집되지 않은 파편화된 정보를 양산하는 웹2.0에 무기력하게 대응하며 스스로 무덤을 파는 전통 미디어가 각성해야 하는 이유다.

  권상희 경제과학팀장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