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경기도에 대한 역차별부터 해소해야 합니다.’
경기도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운 중앙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비 투자 역차별 해소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국가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만큼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보다는 투자 효율성을 중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난 5일에는 김문수 도지사가 직접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규제 해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도에 대한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비 지원은 심한 차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경기도 내 연구인력은 9만6700명으로 총 30만명 정도인 전국 연구인력의 32.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에 지원된 국가연구개발비는 1조3600억원으로 전체의 16.2%에 불과했다. 연구원 1인당 연구개발비로 환산하면 14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해 대학과 기업 등 민간에서 경기도에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12조8814억원으로 전국(29조8448억원)의 43.2%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큰 차이다.
지역 R&D 사업에서도 수도권은 대부분 배제되고 있다. 교과부의 경우 지난해 300억원 규모로 진행된 지방과학연구단지 육성사업을 비롯해 지역거점연구단 육성사업,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인력양성 사업에서 수도권을 제외시켰다. 지경부의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및 지역전략산업기술개발사업,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 지역혁신인력양성사업, 지역산업인력양성사업 등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 소재 기업 가운데는 국책과제를 따내기 위한 목적으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연구소를 설치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기관들도 연구개발비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에서 수행하는 과제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도내 과학기술인들은 “경기도는 연구인력과 산업 수요가 가장 많아 오히려 투자를 집중해야 할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국책과제에서 제외되다 보니 일어나는 기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채영복 경기바이오센터 이사장은 “지역균형발전은 지역 간 경쟁이 아닌 협력 차원에서 효율성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경기도에는 산업이 많이 모여있는 만큼 R&D 지원을 집중, 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최근 도지사 주재로 과학기술 분야 공공기관 대표자 협의회를 갖고, 중앙정부에 역차별 해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역차별 해소 노력을 펼치기로 했다. 국책사업 유치추진단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형 국책사업에는 사전 기획단계부터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오후석 경기도 과학기술과장은 “최근 중앙정부가 수도권 역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라며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연구개발 투자의 경기도 차별이 시정돼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가 연구개발비 지원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