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 사기 조심…법의 사각지대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사는 대학생 하순진(25)씨는 지난 1월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팔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게임 ’바람의 나라’를 플레이하다 얻은 아이템 ’순수의 강철’을 거래 사이트에서 팔려다 사기를 당한 것.

거래 상대방에게 75만원이 계좌로 입금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하씨는 게임상에서 상대방을 만나 아이템을 넘겼지만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씨는 다음날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를 하려 했지만 “게임 아이템은 재물로 인정되지 않아 수사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씨는 15일 “수사해 달라고 담당자에게 소리도 질러봤지만 결국 포기하게 됐다. 애써 모은 아이템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게임머니를 현금거래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34)씨 등 2명에게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확정해 게임머니 현금거래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게임 아이템은 여전히 거래를 둘러싼 분쟁이 계속되고 있어도 “그 가치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 하는 판단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정작 수사 기관은 손을 놓고 있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2006년까지만 해도 게임 아이템 사기 신고건수가 한 달에 20건이나 됐지만, 최근에는 많아야 2건 정도다. 아이템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피해를 봐도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게임 아이템 거래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공들인 끝에 얻어낸 아이템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사기를 당해도 속수무책이다. 최근 ‘열혈강호 온라인’의 한 아이템을 34만원에 팔려다 사기를 당했다는 고모(31.건축업)씨는 “나흘 동안 현장에서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며 “게임 아이템이 재물이 아니라지만 사람들이 이를 사고파는 것은 엄연한 현실인 만큼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법학계에서도 게임 아이템이 현실에서 존재하는 물건이 아닌 만큼 재물로 볼 수 없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재산상 이익으로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견해가 엇갈린다. 하지만 많은 학자는 현행법을 개정해 게임 아이템을 포함한 사이버 공간상의 재물을 규정하는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법과대학 김일수 교수는 “게임 아이템 관련 피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만큼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형법에서 ‘사이버재’나 ‘정보재’라는 새로운 재물 개념을 정비하고 게임 아이템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법과대학 오영근 교수도 “가장 좋은 것은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관련 특별법에 ‘남을 기망해 게임 아이템을 얻는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는 등의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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